10분 만에 리퍼 매출 1억…저가 뷔페 가고 중고‧리퍼 사는 ‘불황형 소비’ 바람

2025-02-11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황모(46)씨는 주말이면 주로 중저가 뷔페에서 외식한다. 웬만한 식당 보다 가성비가 뛰어나서다. 황씨가 평소 즐겨 찾는 뷔페는 주말 기준 성인 2만7900원, 어린이는 1만5900원이다. 4인 가족이 8만7600원이면 다양한 요리에 디저트까지 실컷 먹을 수 있다. 황씨는 "지난 주말에 돈가스 전문점에서 밥을 먹고 커피숍에서 디저트를 먹었더니 8만원이 훌쩍 넘게 나왔다"면서 “먹성 좋은 아이들이 이것저것 시키고 싶어하니, 비슷한 금액이면 되도록 뷔페로 간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불황형 소비’가 늘고 있다. 꼭 필요한 것에 최소의 비용만 쓰겠다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가 뷔페의 부활이다. 1997년 외환위기(IMF)를 겪으며 등장한 저가 뷔페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매장 수가 확 줄었다가 최근 다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기 뷔페인 고기싸롱은 삼겹살·닭갈비·돼지양념구이·치킨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기와 쌈을 1인당 1만9900원에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2020년 창업 이후 4년 만에 매장이 130여 곳으로 늘었다.

애슐리퀸즈는 2014년 첫선을 보인 후 100개까지 늘었던 매장이 코로나19 타격으로 2022년 절반으로 줄었지만, 2년 새 111개(1월 말 기준)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70% 증가한 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스테이크부터 케이크까지 200여 가지 요리‧디저트를 1인당 1만9900원(주말 2만7900원)에 실컷 먹을 수 있다.

중고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40)씨는 지난해 처음 중고 거래를 시작했다. 유치원생인 아들이 가지고 있던 공룡 피규어를 모아서 2만원에 팔고 평소 갖고 싶어 하던 로봇을 중고로 3만원에 구매했다. 김씨는 “이전에는 아이가 갖고 놀 제품이라 중고를 꺼렸는데 점점 비싼 장난감을 요구하고 생활비도 빠듯해서 깨끗한 중고로 대신한다”고 말했다.

중고거래플랫폼인 당근마켓 거래량은 지난해 6400만건을 넘어섰다. 가입자 수는 4000만명을 넘어섰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도 2000만명 수준이다. 실적은 역대 최대다. 2015년 창립 이후 2023년 첫 흑자(매출 1276억원, 영업이익 173억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실적은 이를 넘어섰다. 중고 수요가 늘자 명품 플랫폼 발란은 지난해 중고 명품을 취급하는 ‘프리 러브드’를 신설했다. 무신사는 중고 패션 판매 서비스인 ‘무신사 유즈드’를 준비하고 있다.

리퍼비시(Refurbished)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기능에는 이상이 없지만, 외관에 흠집이 있거나 한번 팔렸다가 반품된 제품이다. 11번가는 2023년 리퍼 전문관인 ‘리퍼블리’를 오픈했는데 매출이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30% 할인해서 판매한 안마의자 리퍼 제품은 10분 만에 매출 1억원을 기록했다. 가장 인기 있는 리퍼 제품은 휴대폰·도서 전집·안마용품·노트북 등이다.

롯데홈쇼핑이 리퍼나 전시상품 등을 최대 90% 싸게 판매하는 ‘창고털이’의 지난해 주문 건수도 전년 대비 40% 늘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물가에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미중 무역갈등 심화,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불황형 소비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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