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경찰 창경 80주년을 맞아 열린 제7회 국제치안산업대전은 시민들의 관심 속에 성황리에 종료됐지만 불과 며칠 만에 뜻하지 않은 후폭풍을 맞았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경찰의 복제와 안전장비를 담당하는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 장비운영과였다. 장비운영과가 공개한 캐릭터 ‘장비’가 어느 순간 포돌이와 포순이를 밀어내고 경찰청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는 오해가 생겼기 때문이다. 장비가 중국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공안화 됐다는 집중 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 포털 네이버의 AI까지 이러한 비판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포돌이·포순이나 장비운영과 자체 캐릭터 장비가 이러한 비판을 들었다면 황당해 했을 것이라는 게 경찰 내부의 의견이다.
경찰청 장비운영과는 경찰의 정보화시설과 통신시설, 장비를 운영하며,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경찰관의 각종 장비뿐만 아니라 경찰 조직 내부에서 사용하는 행정이나 사무 등과 관련한 정보화 시설들도 담당하는 주요 부서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경찰관들이 착용하는 복장과 장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서기 때문에 치안산업대전과 같이 일반 시민들이 참가하는 행사에서는 항상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도 장비운영과는 수차례 겪은 내홍을 이겨내고 이번에 새로 경찰 복제와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을 위한 각종 장비를 치안산업대전에서 공개했다. 앞서 경찰 조직 내부에서 한 차례 신형 복제를 공개했다 역풍을 맞은 바 있기에 장비운영과는 수개월에 걸친 내부 의견 수렴과 조정 과정을 거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이런 장비운영과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엉뚱하게도 ‘캐릭터’였다. 장비운영과의 부스 한 켠에 놓인 성인 남성 허리 정도 높이까지 오는 크기의 장비운영과 마스코트 ‘장비’가 논란의 발단이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장팔사모를 들고 경찰 복장을 하고 있는 장비 캐릭터는 우리에게 친숙한 삼국지의 등장인물 장비를 모티브로 디자인 됐다. ‘장비’운영과라는 조직의 이름과 맞춰 자칫 딱딱하게 보일 수 있는 경찰 장비에 대한 시민 및 내부의 인식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누군가가 촬영한 장비 캐릭터가 공개되자 여론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경찰청 캐릭터가 중국 인물인 ‘장비’로 바뀌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새로운 경찰 마스코트가 중국인이다. 나라가 망했다”, “포돌이와 포순이가 사라지고 삼국지 캐릭터를 새로운 경찰의 얼굴로 내세웠다”며 비판했다.
여전히 경찰청 마스코트로 활동하고 있는 포돌이·포순이가 이 주장을 들었다면 황당해 했을 것이다. 경찰청의 공식 마스코트는 포돌이·포순이다. 경찰이 설치하는 각종 안전 장치 등에는 포돌이·포순이의 얼굴이 그려져 있으며, 경찰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곳에서도 포돌이·포순이 인형이 판매되고 있다. 장비는 장비운영과가 단독으로 디자인한 캐릭터기 때문에 경찰청이 주관하는 대대적인 행사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장비 캐릭터는 장비운영과가 내부 직원들에게 친숙하게 장비와 관련한 정보를 전달할 때 카드뉴스나 내부 자료 등에 삽입된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이 제기되자 네이버에서 운영하고 있는 AI도 이를 그대로 수용해 '경찰청 장비 캐릭터'를 “한국 경찰의 상징성을 중국 인물에 의존했다”며 “경찰청 장비 캐릭터 논란은 상징성 및 정체성 문제로 이어졌으며, 향후 경찰 상징물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라고 오해의 소지가 있게 설명했다. 경찰이 공식 대응을 하지 않은 탓에 국내 대표 포털 AI마저도 비판에 동참하는 그림이다.
장비 캐릭터가 올해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다. 장비가 처음 만들어 진 것은 2024년 7월께이며, 지난해 10월 진행된 치안산업대전에서도 장비는 장비운영과 부스 앞에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에게 퀴즈를 내고 이를 맞추면 지급되는 키링에도 장비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올해 등장한 ‘경찰의 공안화’ 주장과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복과 근무복이 중국 공안과 유사한 검정색, 남색이라는 비판 또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찰 동·하계 정복은 1982년 개편 때부터 쭉 비슷한 색이었으며, 동근무복 또한 짙은 색을 유지하다 1995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하늘색과 아이보리색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경찰 기동대의 복장도 현재 검정색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황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청 내부 수많은 과 중에 한 곳에서 내부용으로 제작했다 1년에 한 두번 외부에 공개하는 캐릭터가 경찰청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둔갑해 공격 대상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장비 캐릭터가 경찰이 공안처럼 변질되어간다는 근거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장비 캐릭터는 장비운영과가 내부 직원들에게 새로운 장비나 제품을 소개할 때 사용법이나 특징을 친근하게 설명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시도청 장비 기능도 내부 홍보 자료를 제작할 때 장비 캐릭터를 사용하고 싶어해 경찰청 차원에서 아예 일러스트 파일을 내부 포털에 올려 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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