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가 제조업 AI전환(AX)의 첫 실증단지로 본격 전환되고 있다. 사출기와 조립라인이 빽빽하게 들어선 공장에서 작업자 감각으로만 생산 흐름을 이끌던 구조는, 데이터가 공정을 설명하는 체계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새정부가 AX를 국가 아젠다로 격상시키면서 첫 실증 가동지로 반월·시화 산단이 선택된 것은 오래 축적된 노후 설비,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 공정 변동성이 뒤섞인 현실 때문이었다. 즉, 우리 제조 현장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분석·해결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증단지는 각 기업 라인에서 발생하는 공정·설비·품질 데이터를 모으고 해석하는 작업으로 출발한다. 설비의 온도·전류·진동처럼 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변화를 시간단위로 기록하고, 이 패턴이 불량 발생 조건이나 공정 흐름과 어떤 상관 관계를 가지는 지 분석한다. 기존 생산방식이 작업자 경험을 중심으로 조정됐다면, AX 모델은 변수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설명하고 재설계하는 방식에 가깝다. 공정 흐름을 다시 그려 맥락을 세우고 어떤 단계에 어떤 자동화나 진단 기술이 들어가야 효과가 나는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실증은 설비교체나 자동화를 특정 기업의 과제로 두지 않고 단지 차원의 테스트베드를 통해 검증한 뒤 적용하는 구조를 취한다.
반월·시화 산단은 국내 다른 제조거점에 비해 공정 다양성이 높고, 미세한 품질 편차가 자주 발생하는 업종이 밀집해 있다. 중견기업도 있지만 대다수가 중소·영세업체로 이뤄진 탓에 노후 설비를 개선하고 AX를 도입하는데 거리감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제조 효율이 개선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사실 제품이나 공정에서 발생하는 불량의 상당 부분은 '예측 가능한 변동성'에서 비롯되지만, 이 변화를 사람이 실시간으로 모두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AX 실증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장치다. 수백 개 변수가 동시에 움직이는 공정을 모니터링하고 예측모델로 흐름을 해석하며, 공정을 데이터 기반의 그래프로 다시 구성하는 작업은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가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어렵다. 정부가 반월·시화를 AX 실증단지로 지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반월·시화 산단 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공정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일부 업체에서는 설비 이상 징후가 이전보다 빠르게 포착되고, 불량 요인을 추적하는 시간도 크게 짧아졌다. 기존에는 원인 파악에 이틀 이상 걸리던 문제가 몇 시간 안에 정리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 진단이 정착되면 설비교체나 자동화 투자도 필요한 지점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 자체가 바뀌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실증단지와 함께 AX 허브도 구축되고 있다. 산단 내에서 축적된 제조 데이터를 AX의 재료로 확장하는 공간이다. 공정표준 체계, 데이터안심구역, 테스트베드, 교육 기능이 집약돼 기업이 공정을 진단하고 개선 실험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전 단계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AX 허브는 반월·시화 산단에서 확보된 공정 모델을 모듈화해 지역 내 다른 기업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예컨대 사출·도금·유리·조립이 모두 있는 미러 제조는 센서 배치, 빈피킹, 로봇 연동, SCADA 실시간 모니터링 등 AX 모델을 다양하게 시험할 수 있어 표준 패키지를 만들기 적합하다는게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의 설명이다.
반월·시화 산단의 AX 실증 3개년 로드맵도 제시됐다. 2026년은 '진단·설계' 단계로 최소 30개 기업의 공정 진단과 AX 적용 가능성을 평가한다. 2027년은 '확산 단계'로 선도기업 사례를 기반으로 PoC 실증을 10건 이상 수행하고, 중소기업도 적용할 수 있는 표준모델 개발에 집중한다. 마지막 2028년은 '통합 운영 단계'로 생산·품질·설비·에너지 데이터가 단지 단위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든다. 기업 간 협력이 데이터 기반으로 이뤄지는 체계, 즉 단지 전체를 하나의 스마트 제조 생태계로 작동시키는 구상이다.
황상현 산단공 경기본부장은 AX 실증의 목적을 “생산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리 산업단지는 50년 넘게 축적된 설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제품의 변동성을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다. AX는 이러한 변동을 계산 가능한 언어로 바꾸는 시도”라며 “데이터 부족, 전문인력 부족, 생태계 미비는 여전히 큰 장애지만 실증단지를 통해 검증된 모델을 만들고, 단지 차원의 협력 구조를 갖춰 나가면 확산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월·시화 산단의 AX 실증이 성공하면 이곳은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예측 가능한 제조 생태계'의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자신문-한국산업단지공단 공동기획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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