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드론 산업을 바꾸는 AI 반도체

2025-12-04

드론은 오래전부터 미래 산업을 상징하고 주도하는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과거의 드론 기술은 스스로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기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사람이 조종하는 장비에 가까웠다. 비행 안정성은 자이로센서와 단순 제어 알고리즘에 의존했고, GPS가 있을 경우에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수준의 자동비행만 가능했다. 장애물이나 사람, 지형을 인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충돌을 피하려면 항상 조종자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 대응해야 했다.

이제 드론은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비행해야 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장애물 회피, 자율 경로 생성, 목표물 탐지와 같은 기능은 모두 카메라·라이다에서 들어오는 대량의 데이터를 즉시 처리해야 하는데,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다. AI 반도체는 드론이 단순 촬영 기계를 넘어서 자율 비행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필요한 '두뇌'에 해당 된다. 또한 통신이 끊기거나 GPS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드론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임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된것은 저전력·고성능 AI반도체 덕분이다. 특히 산업용·군사용 드론은 고해상도 영상을 즉시 분석해 이상 상황을 감지하거나 특정 물체를 식별해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AI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AI 반도체는 드론 내부에서 영상 분석, 물체 인식, 경로 계산 같은 복잡한 작업을 지연 없이 수행하게 해 주고, 스스로 주변 환경을 해석하고 최적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변화는 드론의 용도를 단순 비행 장비에서 지능형 업무 수행 플랫폼으로 확장 시키고 있다.

드론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은 외형적이고 기계적 성능 향상이 아니다. 이제 드론의 경쟁력은 AI 연산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 즉 '두뇌'에 해당하는 AI 반도체에 의해서 좌우된다. 따라서 드론은 더 똑똑해지고 더 자율적이며, 더 안전한 시스템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는 드론이 하드웨어·촬영·원격조종 중심의 단일 목적 산업을 넘어서, 반도체·소프트웨어·플랫폼·서비스가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론은 배터리 제약이 크기 때문에 전력효율이 높은 AI 반도체일수록 비행 시간이 길어지고,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AI 반도체는 한국이 강점으로 가진 배터리 기술과 결합할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기존의 일반 CPU 기반 드론은 AI 처리 과정에서 전력을 많이 소모해 비행 시간이 크게 줄지만, AI 반도체는 특정 추론 작업에서 기존과 대비하여 획기적인 전력 효율을 보일 수도 있다. 덕분에 장시간 순찰이나 산업 현장 점검 등에서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앞으로 군집 드론·자율 전투 드론·물류 배송 드론이 확산될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도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농가에서는 AI 반도체 드론이 병해 패턴을 자동 분석해 방제 구역을 스스로 판단한다. 조선·건설 현장에서는 드론이 구조물 균열을 잡아내고 위험 구간을 즉시 표시해 작업자의 접근을 최소화한다. 특히 한국의 발전소·송전탑 점검 분야는 세계적으로도 자동화 수요가 높아, 지능형 드론이 이미 핵심 인프라 관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한국의 물류·시설관리 기업들이 장거리 자율비행 드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AI공격형 드론 및 액화수소 드론, 소형 제트엔진 장착 드론 등의 특정분야에서의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제는 드론용 AI반도체 국산화에 집중할 시기이다. 국내 팹리스로는 모빌린트, 딥엑스가 있다. 모빌린트는 드론 전문 다온아이앤씨의 군집 드론 솔루션에 AI 반도체를 공급하기도 했다. 정부가 드론·반도체 연계 기술 개발 사업, 전문 테스트베드 확대, 국산 칩 적용 시범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AI 반도체는 단지 드론의 성능을 높이는 수단이 아니라, 한국 드론 산업의 경쟁 구조 자체를 새롭게 만드는 기반 기술이다. 드론이 하늘을 나는 단순 플랫폼을 넘어 도시와 산업을 연결하는 허브로 발전하는 시대, 그 중심에는 고성능·초저전력 AI 반도체가 자리한다. 한국이 그 경쟁의 중심에 서기 위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다.

정연모 경희대학교 전자공학과 명예교수 chu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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