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골목에는 사람들의 생활이 담긴다. 지켜보면 어딘가 처연한 데가 있는 풍경이다. 밤에 운 사람도 잠을 잘 못 잔 사람도 아침이 오면 사과를 한 손에 들고 종종걸음으로 출근해야 한다. 토마토를 베어 먹으며 어제와 오늘이 교차하는 골목을 지나야 한다. “사랑을 호소” 하다 뱀처럼 허물을 벗고 가벼워진 사람도 아침이 오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림자를 레이스처럼 끌며,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됐더라도 우선 지나가야 한다.
시 속 풍경을 상상하니 뭉클하다. 이것이 어른의 삶이구나,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이 시인의 손가락은 골목의 쪽문을 가리킨다. 문이 열리고 등장하는 자는 책가방을 멘 어린아이다. “등이 낙타처럼 굽은” 이미 한세월 늙어버린 듯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이를 보라. 아이와 낙타 사이의 거리는 멀기만 할 것 같은데, ‘고단함이란 짐’을 나눠 가진 채 걷는 모습이 닮아 있다. 무엇이 아이로 하여금 삶을 견뎌야 할 것으로 만들었을까? 아이 엄마라고 처음부터 악다구니를 퍼붓는 사람으로 태어났을까? 살다보니, 살려다보니 이렇게 됐을 게다.
시의 끝자락에서야 시인이 보인다. 아침 골목을 초연히 바라보는, ‘보는 게 직업’인 시인의 눈이 보인다. 결국 시인의 시선은 구부정하니 홀로 걸어가는 아이의 등에 오래 머문다. 내 마음도 아이의 책가방에 매달린다. 볼 수밖에, 어떤 말도 보탤 수 없다. 삶은 고행이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고행을 몰랐으면, 골목에서는 해맑게 뛰어다니기만 했으면 좋겠다.
박연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