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의 도시 노린다' 中 도시들 각축전 벌이는 이 산업

2025-04-08

어린아이처럼 아장아장 걷는 로봇의 모습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지난 3월 18일(현지시각) 엔비디아 기술 컨퍼런스 GTC 2025에 이족보행 로봇 '블루'가 등장하자, 이른바 '반려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가 머지않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AI가 화두인 가운데, 이와 연계된 로봇 산업에 대한 열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로봇 산업을 놓고 도시별 각축전의 서막이 올랐다. 2025년에만 약 100억 위안(약 2조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정부업무보고에도 '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ce, 具身智能)'이 언급되면서 각 지방정부들도 관련 프로젝트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는 신에너지차, AI, 저공경제에 이어 로봇이 도시의 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차세대 산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ce, 具身智能):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신체를 가진 인공지능, 즉 AI 로봇을 가리킨다.

1) 중국 도시들이 '로봇'에 꽂힌 이유

앞서 언급한 '체화지능'은 인간의 형태를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에 국한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AI를 물리적 실체에 적용하여 사람처럼 느끼고 학습하며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가진 로봇을 가리킨다. 따라서 반려견, 로봇팔, 드론, 사족보행 로봇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이 가능하다.

챗GPT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이 출현하면서 로봇은 똑똑한 '대뇌'를 갖게 됐다. 로봇의 지능과 형태가 진화했고, 이는 산업 발전을 위한 더 많은 기회를 낳았다. 이 역시 중국의 각 도시들이 로봇 산업에 집중하는 주요 원인이다. 과거에는 응용 분야가 모호하고 실험실과 일부 공업에 제한적으로 적용됐던 것과 달리, 공업용, 상업용, 가정용 등 다양한 상황에 활용 가능하는 등 비전이 보다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로봇 산업은 더 이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각지의 기존 산업망과 공급망 노하우 및 강점을 활용해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됐다. 국가적인 지원과 전 세계의 관심이 로봇 산업에 쏠리는 가운데, 중국의 각 도시들은 로봇 산업을 선점해 선진 제조 능력을 높이는 한편, 중국 제1의 로봇 도시를 목표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 로봇 산업 견인하는 4대 요소

어떤 산업이든 기술, 자본, 산업의 집약성이 관건이 된다. 로봇 산업의 경우, 혁신 센터, AI 통합 생태계, 산업 기금, 공급망이 4대 요소로 꼽힌다.

우선, 혁신 센터란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센터'를 가리킨다. 구이지연구실(硅基研究室)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둥(廣東), 저장(浙江)성, 안후이(安徽)성, 청두(成都) 등이 모두 이러한 유형의 산업혁신센터를 건립했다. 이들 센터는 정부-산학연 자원의 흐름을 더 원활히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체화지능 관련 제품의 테스트 필드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생태계 확장이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로봇의 로지컬 아키텍처(logical architecture)는 '대뇌', '소뇌', '사지(팔다리)'로 나뉜다. 그중 '사지'는 본체로 주로 하드웨어를 가리키며, '대뇌'와 '소뇌'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대뇌'는 로봇에 통용되는 대형 언어 모델로서 외부 세계를 감지하고 인간의 사고 및 의사결정 과정을 모방하는 역할을 한다. '소뇌'는 높은 동적 성능의 알고리즘으로 로봇이 복잡한 운동을 제어하고 환경에 대한 반응 및 조작을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다.

결국 '대뇌'와 '소뇌'를 공략하는 것이 업계에서 주목하는 초점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

宇樹科技) 창립자 왕싱싱(王興興)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최대 난제는 '제조'가 아니라 '로봇 AI'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 기금 지원과 공급망 네트워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2024년) 중국의 각 지역에서 로봇 산업 기금이 집중적으로 설립됐으며, 그 가운데 100억 위안(약 2조원) 이상급 규모의 산업 기금도 적지 않았다. 올해(2025년) 들어서는 광둥, 장시(江西), 톈진(天津), 난징(南京), 쑤저우(蘇州) 등지에서도 로봇 기금이 잇따라 발족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25~2026년 로봇 산업 자금 부족분이 메워지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완성품의 업그레이드와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3) 로봇 산업도 4대 도시가 선도

현재, 중국에서 로봇 산업을 선도하는 곳은 이른바 4대 도시(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다. 이들 도시는 '체화지능' 분야 종합 실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봇 연구개발 역사가 긴 편이며, 관련 정책을 비교적 빨리 도입한 도시이기도 하다.

구이지연구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2023년 베이징, 상하이, 선전이 앞장서 로봇 관련 산업 정책을 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가장 먼저 100억 위안 규모 이상의 산업 기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4대 도시는 '업스트림 핵심 부품-미드스트림 완성품 본체-다운스트림 응용 단말기'라는 산업망을 기본적으로 형성했다. 그밖에, 쑤저우, 항저우, 난징, 충칭(重慶), 청두(成都) 등 도시도 로봇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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