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도입 30년, 쓰레기 정책 새판 짜자

2025-07-30

쓰레기 관리와 관련해 올해는 의미가 큰 해다. 소주병 공병 보증금제 시행 40주년이자 쓰레기 종량제 시행 30주년이고, 음식물 쓰레기 직매립 금지 20주년이어서다. 이들 정책 중에 대한민국의 쓰레기 배출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제도는 쓰레기 종량제다. 종량제는 우리나라 환경 정책의 역사에서도 가장 눈부신 성공을 거둔 제도다.

선진국도 못한 종량제 실험 성공

묶음 규제로 쓰레기 더 억제하고

독일처럼 페트병 보증금 도입을

환경부는 종량제 시행 이후 1억6000만t의 생활 쓰레기를 줄이고, 약 2억t의 버려진 물건을 활용했다고 종량제 시행 성과를 평가했다. 감량 및 재활용의 경제적 효과를 현재 기준으로 환산하면 45조458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연료 전환에 따른 연탄재 발생량 감소 효과가 있어서 오로지 종량제 시행 성과라고 볼 수는 없지만, 종량제 시행 이후 재활용품 분리 배출이 전국적으로 정착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종량제를 중심으로 재활용품 분리배출,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이 촘촘하게 작동하면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재활용률(약 50%)을 달성했다.

‘종량(從量)’이란 쓰레기를 버린 양을 헤아려 그에 따라 돈을 내게 한다는 의미다. 그전에는 재산세에 따라 오물세를 부과했으나 쓰레기를 버린 양만큼 돈을 내도록 방식을 바꿨다. 쓰레기를 돈을 내고 버린다는 생각이 없던 시절에 엄청난 저항을 부를 위험을 감수했다.

종량제는 선진국에서도 전면 시행이 쉽지 않은 까다로운 정책이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는 1994년 서울의 일부 상가와 아파트에서 1년 동안 시범사업을 거쳐 1995년 1월부터 과감하게 전국으로 확대했다. 정부의 분명한 목표와 의지, 실행력, 국민 참여라는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성과다.

그런데 지난 30년을 회고하면서 박수만 치면 될 것인지 의문도 든다.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지난 30년 동안 자원 고갈 우려와 환경 위기는 오히려 더 심화했다. 국내 쓰레기 매립시설 부족 문제도 점진적으로 악화 일로다.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한 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한 국제 환경문제가 됐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탈(脫) 플라스틱, 매립지 위기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쓰레기 정책의 새판을 짜야 한다. 30년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안주할 게 아니라 앞으로 30년을 어떻게 대비할지 고민해야 한다.

자원 소비와 쓰레기 처리로 인한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분명한 감량 및 재사용 목표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금지, 플라스틱 세금 강화, 일회용컵 보증금제 등 환경 규제 묶음을 통해 소비를 억제하고 다회용기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포장용기 재사용을 위한 강력한 리필정책도 내놔야 한다. 재사용 유리병이 일회용 페트병으로 급속히 전환되는 것도 대응이 필요하다. 리필 매장이 확대될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적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

재생원료 중심의 자원공급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활용의 양과 질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페트병 재생원료가 다시 페트병의 원료로 사용되는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순환체계를 만들려면 페트병 재생원료 품질이 새것처럼 좋아야 한다. 음료병으로 쓰려면 위생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페트병 분리배출이 아니라 독일처럼 음료용 페트병에 보증금을 부과하고 거점에서 따로 모아 재활용하는 ‘페트병 보증금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독일은 100%에 가깝게 음료용 페트병을 모으고 있고 페트병 원료의 절반 이상이 재생원료다.

종량제 봉투 속 재활용품도 다시 한번 걸러내야 한다. 지자체 소각시설 앞에 종량제 봉투 선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보증금제, 분리배출, 종량제봉투 선별시설로 ‘3중 그물망’을 설치해야 정체된 재활용률을 높이고 매립 금지에 대응할 수 있다. 소각장 신·증설에 꽂힌 지자체의 매립금지 대책 수정도 필요하다.

종이팩처럼 재활용률이 낮은 품목의 재활용체계 정비도 서둘러야 하고 일회용 기저귀나 커피 찌꺼기 등으로 재활용 품목도 확대해야 한다. 쓰레기 종류별 문제점을 촘촘하게 분석하고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가 쓰레기 종량제 30주년이면서 동시에 순환경제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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