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테니스 스타 젠슨 브룩스비(25)는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오랫동안 숨겨왔던 사실을 공개했다. 어린 시절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중에서도 ‘심한 단계’로 진단받았다는 것이다. 브룩스비는 말을 하지 못한 채 4세까지 자랐고 집중치료도 많이 받았다. 브룩스비는 “운동에서 해방감을 찾았다”며 “테니스뿐만 아니라 농구, 수영, 육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접하며 넘치는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브룩스비는 1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뭔가에 집중하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며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브룩스비의 재능은 2021년 US오픈에서 빛을 발했다. 테일러 프리츠를 꺾고 16강에 올랐으며, 노박 조코비치와의 경기에서는 첫 세트를 따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그는 19년 만에 US오픈 4라운드에 진출한 최연소 미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는 부상이 잇따랐다. 양 손목 수술을 받고 어깨 문제로 긴 공백기를 가졌고, 2023년에는 경기 외적인 이유로 테니스를 떠나야 했다. 브룩스비는국제테니스청렴기구( ITIA)로부터 3차례 도핑 검사 불응으로 출전 정지를 받았다. 그는 항소 과정에서 자신의 자폐증이 규정을 숙지하는 데 어려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의 징계는 18개월에서 13개월로 줄어들었다. 그의 치료를 담당한 미셸 와그너는 “브룩스비는 어릴 때 매우 심각한 증상을 보였지만, 지금은 거의 일반인과 다름없는 수준까지 왔다”며 “이는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브룩스비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을 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스스로를 다독이는 문장을 정해두는 방식”이라며 “경기 도중 불안이 밀려오면 ‘나는 건강하고 강하다’라고 되뇌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경기 중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편이다. 관중 소음, 바람, 상대 선수의 행동 등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브룩스비는 지난 1월 호주오픈을 통해 2년 만에 복귀했다. 이후 인디언웰스 마스터스에서 투어 레벨 첫 승리를 거두며 본격적인 재기를 알렸다. 그는 “동료 선수들의 반응은 평소와 다르지 않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는 것도 괜찮다”며 “내가 다시 건강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가 코트에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 그는 “모든 사람에게 실망스러운 순간은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대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