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왼쪽)이 18일 서울 성동구 성수CF타워에서 스타트업 엑스와이지의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저도 과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업을 한 적이 있다. 운전면허 시험 문제집 사업으로, 당시에는 종이를 위로 넘기는 롤지 형태로만 문제집을 만들어야 했다. (이런 가운데) 몇 개 출판사가 독점권을 쥐고 있어 (사업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황당한 규제를 직접 겪어봤던 경험이 있어 여러분(스타트업)의 고충이나 당면 지점을 알고 있다. 앞으로 규제를 풀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8일 서울 성동구 성수CF타워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창업 경험담을 공유하며 규제 개선을 약속했다. 이 의원은 과거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규제 문제를 비롯한 기득권 단체 혹은 사업자와의 갈등 등 현재 스타트업씬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을 표했다.
이날 인공지능(AI), 로봇, 라이다, 비대면 진료, 기후 등 각 분야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석해 이 의원에 벤처투자 활성화, 규제 개선 등을 요구했다. 스타트업이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취지다.
“해외 투자자들 유입되도록 정책 마련해야”
황성대 엑스와이지 대표는 해외 벤처투자사가 국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외 투자자들의 세금 감면 등 정책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시에 우리 정부도 모험자본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국내 (주식 시장은) 매력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결국 외부 자본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내부에서도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 시장이 되어 버리면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해외 자금이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세금 등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제는 인공지능(AI), 모바일을 넘어 로보틱스라는 분야가 생겼다.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하는 영역이 아닌 기술적 혁신으로 승부하는 단계다. 결국 대규모의 모험자본 투자가 중요하다. 해외 AI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하자마자 대규모 시드투자를 받고 조 단위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는다. 반면, 국내는 모태펀드 규모가 많이 줄었고 정책 자금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경제 중 20%를 책임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하루 10.3시간을 일하고 있다. 한 달로 치면 27.5일을 일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다. MZ세대가 리테일에서 노동하길 꺼려한다. 결국 리테일 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특히 리테일 산업에 기술이 적용될 부분이 많아, 자본 유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
“AI 고도화 위해 양질의 데이터 학습 기반 마련해야”
전세계적으로 AI 기술과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AI를 고도화하기 위한 학습 데이터가 부족하다.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이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AI가 학습할 데이터가 모자라다. AI가 AI를 위한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다른 AI가 학습해 데이터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새로운 데이터를 발굴할 수 있는, 새로운 금을 캘 수 있는 곡괭이가 필요하다.”
“기술특례상장을 하는 혁신 스타트업은 당장 수익화가 어렵다. 에베레스트 산을 굶으며 뛰어 오르고 정상에 도달했을 때 그 의미를 찾아도 늦지 않다. 그런데 국내에서 상장 스타트업을 향한, 혁신 기술로 상장했고 그로 인해 부를 이뤘다는 왜곡된 시선이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기술 자주성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하고 있다.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달라.”
“학연, 지연, 혈연으로 잘 되는 사회 분위기 그만”
이호준 한국그린데이터 대표는 기술력이 뛰어난 신생 스타트업보다 기존 시장을 선점하던 기업에게 사업 기회가 주어지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카르텔이 아닌 기술로 인정받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살다와서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면 항상 막히는 것 같다. 국책 과제 발주가 올라와 신청을 하려고 보면 이미 (선정 사업자가) 올라와 있어서 깜짝 놀라곤 한다. 또 에너지, 기후 부문은 규제 산업이다보니 진출이 어렵다. 많은 에너지 스타트업이 전기차 충전 서비스에서 정책 자금이 많이 풀리는 산업단지 관련 서비스로 방향을 바꾼다. 한국에 와서 국책 과제보다 민간 사업을 잘 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이 된다. 스타트업이 카르텔이 아닌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줬으면 한다.”
“뉴욕에서 에너지 스타트업에 다니다가 창업을 했다. AI 스타트업은 데이터가 중요한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로부터 데이터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나라에서 만든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데, 고객이 수락을 하면 그날부터 데이터를 공급받는 방식이다. 한전이 5~10년 전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고객이 수락한 시점부터의 데이터만 주는 셈. 반면 미국의 경우 정부가 주체적으로 모든 전력 회사의 데이터를 통일, 고객이 원하는 시점부터 에너지 데이터를 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식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겪는 불확실성 없애야”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하루 아침에 불법이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되던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약 배송이 하루 아침에 금지되고, 현재까지 시범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례는 스타트업씬에 “우리도 언제 서비스를 접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비대면 진료가 왜 아직도 시범 사업인가’다. 또 ‘멀쩡한 약 배송이 왜 하루아침에 금지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비대면 진료는 시간 절약, 대면 진료가 어려운 상황에서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까지 법률상 인정받지 못했다. 팬데믹 이후 5년 동안 시범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마저도 약 수령은 대면 방식으로 비효율적이다. 시범사업이 지금이라도 종료된다면 비대면 진료는 우리나라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해외투자자로부터 한국이 규제리스크가 있어 투자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는다.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혁신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준석 의원은 기업이 수익화, 세금납부 등 기본적 의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준석 의원은 “큰 틀에서 기업가들이 돈을 버는 것 외에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개인적 의견”이라며 “기업이 매출에 따른 세금 부과 외에는 어떠한 사회적 부담도 없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