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한청' 백두대간서 잠들다…"호별에서 행복해" 추모 물결

2025-11-08

국내 최고령 호랑이 ‘한청’이 지난 6일 우리 곁을 떠났다. 한청이는 8년간 국립백두대간수목원호랑이숲에서 생활해온 스무 살 암컷 백두산 호랑이다.

7일 오전 10시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한청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직원들과 봉화군 주민들이 일찍부터 이곳을 찾아 “한청아 호랑이별에서 행복해야 돼” “그동안 고마웠어” 등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수목원의 마스코트 한청아, 이제 편히 쉬렴” “좋은 곳에서 천수를 누리고 가 다행이야. 참 슬프다” 등 한청이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한청이의 팬들은 서울·부산 등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 수목원 추모 공간을 찾을 계획이다.

한청은 2005년 5월 8일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2017년 6월 29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이사했다. 산림청은 백두대간의 체계적 보호와 산림 생물자원의 보전·관리를 위해 2009년~2015년 2200억원을 들여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을 조성하면서 백두산 호랑이의 종 보전을 위해 숲 형태의 우리인 ‘호랑이숲’을 조성했다.

축구장 4배 크기인 3만8000㎡의 호랑이숲에는 나무를 뛰어오르며 놀 수 있도록 목재 시설물이 조성됐고, 호랑이가 들어가서 쉴 수 있는 인공동굴 등이 있어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갖췄다. 호랑이만 관리하는 직원이 5명 있다. 호랑이 관리 장부에는 매시간 체크한 호랑이의 상태가 빼곡히 적혀 있을 정도로 수목원은 멸종위기 1급인 백두산 호랑이의 보존을 위해 세심한 관리를 해왔다.

한청은 온순한 성격으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개원 초기부터 홍보 영상, 관람객 교육 등에 자주 등장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년 전부터 양쪽 앞발 떨림 등 노령화 증상을 보여왔으며 지난 5월부터 활동량과 식욕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게 수목원 측 설명이다. 또 지난 4일부터 호흡이 다소 불안정해져 사육사들이 세심하게 돌봐왔지만, 결국 6일 0시22분 생을 마감했다.

이규명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며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랑이 수명은 야생에서 13∼15년, 사육 환경에서 17∼20년 정도다. 다만 동물원에서도 18살 이상 사는 경우가 드물다. 앞서 2020년 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호랑이 두만이 20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01년 5월 16일 중국에서 태어나 2005년 11월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으로 와서 살다가 2017년 1월 호랑이숲으로 온 지 약 4년 만이었다. 두만은 고령으로 기력이 떨어졌고 관절염과 내형성 발톱이 심해져 걷는 걸 힘들어하거나 먹이도 잘 먹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는 햇살 아래서 자연을 만끽하는 모습이 수목원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현재 백두대간수목원에 남아 있는 호랑이는 5마리다. 수목원 측은 우리(14)·한(12), 도(12)·무궁(5)·태범(5)이 모두 건강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신규 개체를 추가 도입해 백두산 호랑이 종 보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규명 원장은 “한청이는 우리 사회가 멸종위기종 야생 동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존중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였다”며 “한청이 남긴 데이터는 노령 개체 관리기준과 보전 교육 콘텐트 개발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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