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조들이 좋은 땅에 나라를 만들어 말 그대로 ‘금수강산’을 그려 넣었습니다. 여기 평소 공부하며 좋아하는 것을 다 담았어요. 우리의 꿈을 그린 판타지입니다.
21일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만난 화가 박대성(80)의 설명이다. 오른쪽 위 북두칠성이 내려다보는 백두산 천지부터 해금강 총석정, 금강산 1만2000봉, 고구려 고분벽화에 달빛이 쏟아진다. 해가 비추는 곳엔 제주 성산 일출봉, 한라산 백록담, 천지연 폭포, 반구대 암각화가 펼쳐진다. 7장의 종이를 이어 가로 15m, 세로 5m로 만든 대작 ‘코리아판타지’(2023)는 이 화가의 그림 중 가장 크다. 그림 아래쪽엔 단군왕검부터 ‘신라의 미소’라는 별명으로 더 이름난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반가사유상, 하회탈, 훈민정음을 오밀조밀 그렸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세계의 눈길이 쏠릴 경주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한국 미술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솔거미술관에선 ‘신라한향(新羅韓香)’을 지난 22일 시작해 내년 4월 26일까지 연다. ‘신라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향기’라는 의미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는 전시다.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과 화가이자 전통회화 복원가이기도 한 김민, 불교 미술가 송천 스님, 유리공예가 박선민 등 4명의 예술가들이 찬란한 신라 문화와 불교의 세계관을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의 대표작 ‘코리아판타지’와 마주 보는 건 박 화백이 높이 5m 화폭에 그린 반가사유상이다. 경북대박물관 소장 ‘봉화 북지리 석조반가상’이 모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반가상으로 꼽히지만 상반신은 깨져 없어지고 하반신과 연꽃무늬 발 받침만 남아 있다. “아래만 남아 있는 게 안타까워 내가 완성했다. 외과 수술보다 더 어려웠다”며 작가가 짐짓 농담을 건넸다. 네 살 때 왼팔을 잃은 독학의 한국화가 박대성은 내년에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유리공예가 박선민의 ‘시간의 연결성’은 폐유리병을 불어 만든 250개의 유리병 설치다. 신라의 유리 유물은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에서 들어왔다. 경주 고분에서 출토된 유리구슬 목걸이, 불탑에 안치된 사리장엄구를 닮은 푸른 빛 유리병이 고혹적 자태를 뽐낸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장을 지낸 불화장(佛畵匠) 송천 스님은 파란 옷의 성모 마리아, 붉은 옷의 관음보살이 마주 보는 ‘관음과 마리아-진리는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를 내놓았다. 지난해 부산비엔날레에 출품돼 주목받았던 작품을 새로 단장해 선보였다. 송천 스님은 "상생과 공존, 화합과 휴머니즘, 종교를 초월한 진리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민은 전기석(투어말린)을 갈아 넣은 검은 바탕에 금박ㆍ은박으로 다보탑, 석가탑, 석굴암 본존불을 그렸다. 전시장 한가운데 놓은 물확(물을 담아 놓은 돌그릇)에 불상과 탑이 비친다. 김민은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신라 천 년의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APEC을 기념해 경주 곳곳에선 한국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시가 이어진다. 선재미술관을 전신으로 하는 우양미술관은 1991년 선재미술관 개관 당시 소장했던 백남준의 ‘나의 파우스트-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영혼성’을 비롯한 12점을 다음 달 30일까지 전시한다. 주변 고분과의 조화로 최근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은 오아르미술관에서는 소장품 기획전 ‘잠시 더 행복하다’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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