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씬의 순간들
김윤하·미묘·박준우 지음
미래의창 | 224쪽 | 1만7000원
K팝의 세계는 언제나 시끌벅적하지만 최근 2~3년은 특히 기념할 만한 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시장 규모가 몇 배로 불어났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그만큼 커졌다. K팝 그룹의 빌보드 200 등 주요 차트 입성은 이제 큰 뉴스거리도 안 된다. 잡음도 많았다. 산업을 주도하는 두 회사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는 각각 ‘SM 사태’, ‘하이브 사태’라는 이름의 홍역을 치렀고 지금도 치르고 있다. 자주 매혹당하지만 때때로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는 건 K팝 팬의 숙명이라고 할까.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와 미묘, 박준우에게도 K팝은 “지나치게 매력적이고 엄청나게 소란스러운” 존재다. 그렇다고 해서 K팝 시장이 지난 두어해 남긴 성과를 그냥 넘어가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여겼다. 세 사람은 그간의 K팝 역사를 바탕으로 이 시기의 성과를 진지하게 또 음악적으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케이팝 씬의 순간들>은 그 결과물이다.
책은 보이그룹의 ‘청량함’에 관한 고찰부터 소녀시대·인피니트 등 ‘장수 아이돌’의 세계, 4세대를 이끄는 걸그룹의 활약, 다국적 멤버 구성을 넘어선 다국적 모델까지 K팝 신의 가장 뜨거운 장면 9가지에 주목한다. K팝 신의 복잡다단한 층위를 섬세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각 챕터마다 주제에 맞는 K팝 앨범 리뷰가 붙어 있다. 그 숫자가 47개에 달한다. K팝에 대한 깊은 애정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숫자다. 물론 날카로움도 잃지 않는다.
이 가운데 그룹 뉴진스는 당당하게 챕터 하나를 차지한다. 2022년 7월 이후 뉴진스를 빼놓고는 K팝을 논할 수 없게 되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간 갈등으로 촉발된 하이브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나 저자들의 관심은 여기 있지 않다. 이들은 ‘게임 체인저’가 된 뉴진스의 음악과 세계관, 작업 방식 등을 꼼꼼하게 뜯어본다. ‘뉴진스가 어떻게 전 세계를 매혹시켰는가’ 하는 질문에 관한 나름의 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