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에서 12∼15일 개최된 국제축산박람회 ‘2024 유로티어(Euro Tier)’에는 한국의 스마트축산·동물약품 업체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여했다. 현지에서 주목받은 업체 3곳을 통해 ‘케이(K)-축산’의 위상을 살펴본다.
◆원격 축사 환경 제어시스템 출품한 ‘애그리로보텍’=2016년 설립한 스마트축산 개발업체 애그리로보텍은 대표 제품인 ‘렘스(LEMS)’를 선보였다. 렘스는 스마트 농장관리시스템이다. 농장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사료 섭취량, 체중 등의 정보를 측정한 뒤 농장주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이정환 애그리로보텍 디지털기술팀장은 “적정한 사육 환경을 벗어나면 경고 알림을 보내줘 농장주가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그리로보텍은 ‘오름’ 환기시스템도 출품했다. 이 팀장은 “환풍기에 정밀제어기를 장착해 농장주가 원하는 강도로 작동시킬 수 있다”며 “세계 유수 기업의 제품과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포유모돈자동급이기 선보인 ‘아이온텍’=아이온텍은 국내 자동급이기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박람회에는 국내에서 호평받은 ‘포유모돈자동급이기’를 출품했다. 아이온텍의 자동급이기는 하루에 공급할 사료량과 가축의 사료 섭취량을 측정해 농장주가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젖을 먹이는 어미돼지의 특성을 고려해 하루 5번 이상 자동으로 사료를 공급하고, 어미돼지가 급이기의 센서를 만지면 사료를 소량씩 추가할 수 있다.
안강운 아이온텍 대표는 “자동급이기는 사료와 물을 섞어서 공급해 어미돼지가 마치 죽을 먹듯이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렇게 하면 섭취량이 늘어나 젖을 먹이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이온텍은 동물복지 사육이 보편화한 유럽에 적합한 ‘모돈군사급이기’도 선보였다. 안 대표는 “어미돼지가 급이기에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사료가 공급되는 시스템”이라며 “어미돼지 생체에 바코드를 부착해 섭취량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사람이 할 일이 대폭 줄어든다”고 전했다.
◆국내 최초 유럽 인증 획득한 ‘이글벳’=박람회에 참여한 한국 동물약품업체 중 가장 주목받은 곳은 ‘이글벳’이다. 이 업체는 국내 최초로 유럽연합(EU)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획득했다. 2년마다 유럽 규제당국의 실사를 받아 4번 연속 EU GMP 인증 심사를 통과했다. 유럽 진출을 위한 공장을 별도로 세울 만큼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이글벳은 동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강창화 이글벳 해외사업부장은 “서유럽 국가엔 글로벌 제약회사의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동유럽시장을 공략 중”이라며 “주사제 등을 중심으로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글벳은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수출이 60억원을 차지했다. 강 부장은 “유로티어에 참여했다는 이력 자체가 서유럽·미국 등으로 진출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하노버(독일)=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