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첫 주중대사에 노재헌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을 임명했다고 외교부가 16일 밝혔다. 이로써 9개월 만에 주중대사의 공석이 메워졌다. 다만 노 대사 임명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불과 2주 남긴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때늦은 감이 있다. 게다가 노 대사는 전문 외교관으로 일한 적이 없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날 부임한 노 대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대해 “국빈 방문이 계획돼 있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사를 포함한 4강국 대사의 인선은 대체로 늦었다. 강경화 주미대사 임명은 이달 초에 이뤄졌고 이혁 주일대사는 지난달 하순에야 일본에 부임했다.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 내정은 지난달 중순에 이뤄졌으나 임명이 지연되고 있다. 더구나 강 대사와 이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각각 북미 비핵화 협상, 신북방정책을 견인했으나 최종 성과를 내지 못했다. 4강 외교가 정교하게 작동할지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변 4강국의 공세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기로 했다며 압박하고 있고 미국 철강 업계는 수입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 663개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미 투자에 나선 한화오션의 5개 미국 자회사를 겨냥해 거래 금지 조치를 내렸다.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으로 북핵 리스크를 키우고 있고, 일본에선 차기 총리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일 관계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4강 외교는 경제 안보 전략의 핵심인 만큼 정부는 상대국들과의 전략적 이해 균형을 능동적으로 모색해 상호 관계 발전의 돌파구를 열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교·안보 라인 내부의 자주파와 동맹파 간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이 대통령이 확실히 교통정리하고, 이념이 아닌 국익 차원의 실용 외교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 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 다차원적 외교를 펼쳐 글로벌 공급망을 비롯한 무역·안보 질서 재편 과정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