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자생력 키우기 '속도'

2025-01-15

신라젠이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상반기 안에 인수를 끝내고 흡수합병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 2022년 거래재개 성공 이후부터 M&A를 타진해왔다. 지난해에는 증권사, 회계법인 등의 도움을 받아 인수 후보군을 물색했고, 현재 탄탄한 매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소형 제약사와 원료의약품 기업 두 곳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신라젠 관계자는 "최대한 속도를 내려고 하고 있지만 여러 기준점이 있다 보니 언제쯤 인수가 완료될지는 확답할 수 없다. 실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상반기까지는 끝내려고 한다. 한 곳만 인수할지, 두 곳 모두 인수할지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신라젠의 M&A 추진 배경엔 불안정한 매출 구조가 있다. 바이오 업종은 신약개발 또는 기술수출 성과에 따라 실적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다수 기업이 매출 없이 R&D를 지속하다가 재무안정성 문제를 겪는다. 상장한 기업의 경우 매출 30억원 등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신약개발 외 다른 사업을 진행하며 매출을 내는 실정이다.

신라젠도 커머스 사업을 통해 매출을 내고 있다. 커머스 사업은 건강기능식품, 고품질 생활용품, 헬스케어기기 등을 홈쇼핑 및 오픈마켓에 공급해 판매하는 것으로, 신라젠 매출 100%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매년 200억원이 넘은 영업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인데다, 커머스 사업 매출도 매년 감소세라 추가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의 커머스 사업 매출액은 2022년 49억원, 2023년 39억원, 작년 3분기 기준 24억원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신라젠은 엠투엔이라는 든든한 뒷배 덕에 자금 상황이 탄탄한 편이지만, 기술이전 등의 성과가 없다면 이마저도 지속이 어려울 수 있다.

앞서 엠투엔은 지난 2021년 7월 신라젠에 신주 1875만주 인수대금 600억원을 납입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엠투엔그룹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처남인 서홍민 회장이 이끄는 곳으로, 신라젠과 함께 이번 M&A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신라젠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1000억원이다. 작년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다. 기술이전 등 추가 수익이 없을 경우 회사는 해당 자금과 현금성 자산에 의한 이자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반면 R&D 비용, 인건비 등 운영 경비는 지속적으로 유출되기 때문에 자금 고갈이 불가피해진다. 유증 당시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27년 2분기 말 예상되는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4억1800만원이다.

여기서 예상 못한 현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고, 금융시장 악화로 추가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어 보다 안정적인 매출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현재 자금 상태가 괜찮으니 매출 구조만 안정화되면 R&D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라젠의 주력 파이프라인으로는 면역항암제 '펙사벡', 표적항암제 'BAL0891', 항암바이러스 파이프라인 'SJ-600' 시리즈 등이 있다.

이 중 'BAL0891'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베이진과의 협력 소식으로 주목을 받은 파이프라인이다. 베이진은 글로벌 항암제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기업이다. 베이진은 자사의 PD-1 억제제 '티슬렐리주맙'(테빔브라)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BAL0891'과 병용 임상을 추진키로 했다. 티슬리주맙은 미국, 유럽,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승인·판매되고 있다.

'BAL0891'은 신라젠이 거래 제재 요건을 맞추기 위해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물질이다. 이 물질은 종양을 유발하고 성장하는데 관여하는 TTK와 PLK1 두 가지 인산화 효소를 저해한다. TTK 저해제 또는 PLK1 저해제가 항암제로 승인을 받은 적은 없어 개발 성공 시 퍼스트인클래스(치료제가 없는 질병을 고치는 세계 최초 혁신 신약) 신약이 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최대 허용 용량을 평가하기 위한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계획돼 있다.

또 면역관문억제제와의 시너지, 임상 적용 범위 확대 근거 마련 등과 같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 3건이 오는 4월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5)에 포스터 발표로 채택되기도 했다.

회사 측은 "'BAL0891'은 확장성이 좋아 포텐셜이 높은 약물로 꼽힌다. 현재 진행 중인 1상, 베이진과 진행하는 병용 임상을 포함, 연구를 다각화할 예정"이라며 "회사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보니 기술이전도 시점보다는 조건에 맞춰 진행하려고 한다. 최대한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고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 곳에 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티슬렐리주맙을 파트너로 고른 것도 그 일환이다. 베이진이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현재 미국 바이오제약사 리제네론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펙사벡과 관련해선 "여러 가능성 열어두고 (기술이전 논의 등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