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직진출을 선언하며 국내 셀러 모집에 나섰던 테무가 1차 모집에서 중국 셀러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한 판매자 리스트는 개인정보보호 위반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한국 현지화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자신문이 10일 기준 테무가 게시한 '국내 판매자 리스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117개 입점 업체 중 33개가 중국 브랜드명 또는 중국인 대표자가 운영하는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은 36개로 비슷했고 일본 브랜드가 2개 포함됐다. 나머지 46개 업체는 식별이 불가능하게 게재했다.
테무는 지난달 한국 오픈마켓 직진출을 선언하고 국내 셀러 모집을 게시한 바 있다. 지난 1차 셀러 모집은 테무가 직접 업체를 선별해 초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차 모집 기간이 끝나고 입점을 완료한 중국 셀러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중국 산동성' 등 대놓고 중국 기업임을 밝힌 무역 회사들이 다수 포진됐다. 식별 불가한 업체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 로컬투로컬(L2L) 사업을 공언했지만 국내에 있는 자국 셀러를 다수 입점 시킨 모양새다.
같은 중국 e커머스(C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와도 상반된 행보다. 알리의 경우 지난 2023년 10월 국내 오픈마켓 'K-베뉴' 오픈 당시 애경산업, 유한킴벌리 등 생활용품 대기업을 우선으로 입점 시켰다. 대기업 중심의 카테고리 확장 이후 무료 수수료 조건을 내걸고 국내 중소 셀러를 대거 유치한 바 있다.
국내 e커머스에도 한국 내 중국 셀러가 일부 입점해있지만 입점 초기부터 중국 셀러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입점 순서를 기다리는 국내 셀러 사이에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e커머스 셀러는 “한국 판매자에게 새로운 판로를 연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국 내 중국 기업이 우선 기회를 받은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게시한 판매자 리스트 자체도 엉터리다. 117개 업체 중 식별이 불가한 업체 수는 46개로 전체 40%에 달한다. 공식 법인명, 브랜드명이 아닌 '~shop' 등 불특정한 이름으로 표기돼있다. 대표자 명이 그대로 입력된 경우도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1항 1호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 제3자 제공 시 정보 주체에게 '개인정보를 제공 받는 자' 등을 알려야 한다. 테무의 경우 고객이 일부 파악할 수 없는 리스트를 작성했기 때문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 김경환 민후 대표변호사는 “정보 주체인 고객이 알아볼 수 없도록 판매자 리스트를 작성한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셀러가 상당수인 상황과 국내 법 위반 소지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지화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장은 “한국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같은 행보는 말이 국내 셀러 모집이지 중국 기업 모집이나 다를 바 없다”며 “테무가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을 위헌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테무 측은 “현지 셀러 모집을 시작한 이후, 테무는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과 관심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