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술·인력' 조선협력 설명하자 美 "한국 최선의 제안 가져와"

2025-04-25

막이 오른 미국과의 관세 협의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진 한국 조선업이 ‘협상 카드’로 부상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를 마친 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에 부과된 관세에 대한 면제와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미국의 주요 관심사인 무역 투자, 조선, 에너지 등에서 한국의 협력 의지와 비전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날 통상협의가 끝나고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에 참석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다른 나라와의 관세 협상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우리는 한국과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가졌다”며 “그들은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고, 우리는 그들이 이를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통상협의에 함께 했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조선 산업의 한·미 협력 비전에 대해 (베센트 장관이) 상당히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통상협의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부분과 기술 협력, 그리고 조선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인력 양성에 있어 협력 방안 등을 향후 체계화할 수 있다는 비전을 (미국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 협상 대표단이 미국에 건넨 선물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의 주력 산업과 경제발전 기념주화’다. 한국 조선업 기술력을 상징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거북선 문양이 새겨진 것이다. 양국 간 조선 협력에 대한 한국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선물이다.

한·미 조선 분야 협력이 미국의 관세를 낮추는데 ‘윈-윈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은 세계 1위 조선 기술력을 보유한 데 반해 미국의 조선 산업은 쇠퇴해버린 ‘아픈 손가락’이라서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미국 내 조선소는 300개가 넘었지만, 현재는 20개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미국의 선박 건조 역량이 후퇴했다. 이는 군사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 해군은 2030년까지 미국 해군(290척)을 훨씬 능가하는 435척의 군함을 보유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조선 분야 협력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패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카드 중 하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가장 먼저 한국 조선업 협력을 요청했다.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때도 조선 협력이 언급됐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은 미국 내에서 더 많은 선박을 건조하려고 하지만 이는 현재로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며 “세계 1위 조선 기술을 확보하고, 조선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에 즉각적인 구제책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최근 기관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도 미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최근 선박 생산성 협상 및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현지 조선소인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날 통상협의에서도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와 협력 사례가 비중 있게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최근 한국과 협력을 강화할 의지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미 의회는 최근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선박법)’과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 등을 발의하며 제도 정비에 나섰다. 특히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거나 부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이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해 거제의 한화오션과 울산의 HD현대 조선소를 둘러볼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 정부 장관급 인사의 첫 방한 사례다.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펠란 장관의 조선소 방문길에 동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펠란 장관은 앞서 조현동 주미대사와 만나 조선 협력 강화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번 한·미 통상협의에서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4개 분야로 의제가 좁혀졌다. 구체적 논의는 다음 주부터 가동될 실무 협의에서 진행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오는 7월 초까지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현 정부에서 협상의 기반을 닦고, 최종 결정은 6월 대선 후 새로 선출된 정부가 하는 수순을 밟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첫 협상에서 한국이 협상 의제·범위·스케줄 등에 대한 포지셔닝을 잘했다”며 “특히 조선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를 어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한국이 잘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설명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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