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처럼 천궁-II 둘러싼 LIG‧한화 갈등도 봉합 기대감 커져

2025-03-12

방사청, 양사 적극 중재로 갈등 봉합 위해 합의… 현재 세부조율 물밑작업중

“중동 시장 앞두고, K-방산 작년 호주 실패 재현할 수 없어”

[녹색경제신문 = 박성진 기자] 한국형 패트리어트 미사일 천궁-II의 이라크 수출계약을 두고 LIG넥스원과 한화(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이의 갈등이 앞선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의 KDDX갈등처럼 방사청 주재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은 지난해 LIG넥스원이 이라크와 28억달러(4조 규모) 규모 천궁-II 수출 계약 한 것을 두고 갈등이 지속돼왔다.

천궁-II는 한국형 지대공 미사일로, 주로 LIG넥스원이 미사일과 통합체계를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부체계업체로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와 차량을, 한화시스템이 탑재 레이더 등 기타 부분을 LIG 넥스원에 공급하여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난해 LIG 넥스원이 이라크 정부와 단독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화와 갈등이 발생했다. 한화는 납기와 가격에 대한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LIG넥스원은 이라크 정부에서 계약대상의 단일화를 요청했으며, 한화에 협의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한화는 다시 LIG에 답을 회신했지만, 재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라크수출 소식을 들었다고 재주장했다.

결국 올해 초엔 천궁-II 지재권 갈등으로까지 번졌다는 말마저 나왔다. LIG넥스원 측이 국방과학연구소에 한화 기술이 담긴 천궁-II 지재권을 요청했다는 보도였지만, 두 그룹 모두 즉각 사실을 부인했다. 그만큼 두 기업간 천궁-II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됐었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작년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 반복할 수 없어”

하지만 올해 들어 방사청의 적극적인 중재로 상황은 급반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를 계기로,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국내 방산업체들끼리 분열해 서로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방사청의 주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방사청은 언론을 통해 두 기업의 갈등이 표면화한 지난해 9월부터 수개월간 수차례 합의를 주선해왔고, 결국 지난 2월 24일 방사청 주관 수출현안 간담회를 통해 이라크 사업의 성공을 위해 원팀을 구성하고, 실무협의를 지속하기로 삼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현재도 해당 사업부에서 물밑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IG 관계자는 “해외수출 관련된 사항이라 세부내용은 굉장히 제한되나, 큰 틀에서 원팀 구성해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한 것은 사실이다. 향후 일정은 조율중이며, 사업을 성사시키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의견 일치”라 전했다. 한화 관계자 역시 “곧 조정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을 진행시킬 것”이라 말했다.

“K-방산 찾는 큰 손인 중동 앞에 두고, 우리끼리 싸우기만 할 수 없어”

거래 상대인 중동의 중요성이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날로 커지면서, 더욱 중재와 단합이 요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각국 방위비 증액요구와 중동자체 불안정한 정국 상황 등 악조건 때문에 현재 200조원에 달하는 중동국가들의 방위비가 향후 5년내 300조원까지 뛰어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국가들이 빠른 납기와 경쟁사 대비 저렴한 한국산 무기를 선호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이 천궁을 이미 12조 원어치 구매했기 때문에 천궁-II를 둘러싼 두 기업의 갈등이 적극 중재된 것으로 전해진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산은 기본적으로 G2G(정부간거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국내기업간 일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중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동은 K-방산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방산업체들간 협업여건을 조성하고 갈등 조정 활동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 말했다.

박성진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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