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개정안 국회 법사위 의결…기간 연장·인력 증원
특검에 집중된 검찰 인력에 노태우 비자금 수사도 지연
특검 수사 중요하지만 불법 비자금 청산 문제도 시급
[미디어펜=박준모 기자]특검으로 인해 검찰 공백이 발생하면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수사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 등의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해 자금 흐름을 쫓고 있지만 이후 핵심 인물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대한 조사 등 주요 후속 조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아 수사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재계는 물론 시민단체들도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4일 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의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3개 특검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의결을 주도했다
특검법 개정안은 수사 대상 명료화·수사 기간 연장·수사 인력 증원·1심 재판 의무 중계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검 3개팀 동시 가동에 노태우 비자금 수사도 영향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특검은 9월 중으로 종료되는 1차 수사 기간이 올해 말까지 연장된다. 구체적으로 순직해병 특검은 11월 말, 내란 특검은 12월 중순, 김건희 특검은 12월 말까지다.
게다가 수사 인력도 확대할 수 있다. 기존 특검팀 구성 외에도 추가 검사나 수사관 투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수시 기간이 늘어나고, 특검 인력이 증원될 경우 기존에 검찰이 진행 중이던 다른 수사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은 노태우 일가의 계좌 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비자금의 핵심 인물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대한 조사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노 관장은 노태우 비자금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노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에서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 메모에는 선경(현 SK) 300억 원 등 900억 원의 자금 출처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메모를 통해 아직 청산되지 않은 노태우 비자금이 남아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노 관장도 불법 비자금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으며, 직접 조사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다.
특히 검찰의 수사 인력과 조직이 한정된 상황에서 특검에 집중되는 인적 자원도 역량을 분산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월 3대 특검팀이 발족하면서 총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특검팀으로 파견됐다. 여기에 특검법 개정안으로 특검팀 인력이 충원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각 부서에서 일을 잘하는 검사들과 검찰 수사관이 특검으로 대부분 파견된 것으로 안다”며 “검찰 곳곳에서 인력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노태우 비자금 관련 수사는 물론 다른 수사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시민단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촉구
이에 재계와 시민단체들은 특검 수사의 중요성은 이해한다면서도 노태우 비자금 관련 수사에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태우 비자금 수사는 사회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중대한 사안인 만큼 다른 수사에 밀려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태우 비자금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진실을 끝까지 규명하고 관련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역사에 대한 책임도 다할 수 있다는 게 재계 내 중론이다.
또 불법 비자금이 아직까지 청산되지 않았다는 점에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만큼 성역 없는 수사와 공정한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제 국민의 염원인 군사정권 과거사 청산을 최우선으로 해결해 달라”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5·18기념재단 등 오월단체 역시 “노태우 비자금 문제는 신군부 전체 부정축재재산 환수로 반드시 확대돼야 하며 이는 정의와 법치 실현, 역사적 책임을 위해 국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검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도 불법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고 이를 국회에 통과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검찰도 발맞춰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은닉 재산 환수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