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 '전설의 투톱' 기대했는데

2025-02-10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후 재계 대표선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고군분투가 안쓰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삼성 부당합병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회장을 검찰이 상고함에 따라 '민간외교' 투톱 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가세로 탄핵정국 속에서 '관세전쟁' 등 위기국면 타개에 일조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오는 12일 오전 대한상의 회관에서 여야 경제 원로와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의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이헌재 전 부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전 부총리 등이 참석한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과거 국가적 위기상황 속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던 경제 원로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다.

작년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로 지난 2021년 4분기 이후 9개 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하지만 2분기 0.2% 역성장을 시작으로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은 0.1%에 그쳤다. 또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2025년 상반기 GDP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는데 11월에는 1.4%로 낮춰잡았고 정부는 올해 1.8% 성장을 내다본 상태다.

최 회장은 국가 경제의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한 이후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오는 19일 워싱턴을 찾는다. '트럼프 리스크' 대응법을 모색하기 위한 경제사절단을 이끄는 것으로 4대 그룹 총수로는 유일하게 동행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방미 일정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전기차, 반도체 보조금 지급 중단 등 국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을 점검하고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개로 최 회장은 이달 21일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워싱턴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리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도 참석한다. TPD는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재계 인사, 세계적 석학 등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안보 협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집단지성 플랫폼이다. 2021년부터 통상 12월에 열렸으나 올해는 미·일 정치일정을 고려해 2월로 앞당겼다. 아직 참석자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최 회장은 줄곧 국무부와 상원의원, 백악관 전 비서실장 등 미국 유력 인사들과 만남을 이어왔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삼성 부당합병' 의혹으로 또 한 번 사법리스크 부담을 안게 됐다. 법원이 1, 2심에서 이 회장에 적용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는데 검찰이 상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검찰은 지난 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법리 판단 등에 법원과 검찰 간 견해차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 작업과 분식회계를 인정했던 법원의 판결과도 배치될 뿐 아니라 관련 소송들이 다수 진행 중인 점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하급심과 달리 대법원 재판은 법률심인 만큼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 회장은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해외 출장 등 현장경영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사법리스크가 끝나지 않으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연장돼 책임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다음 달 예정된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이사회 복귀가 사실상 불발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의 상고에도 법조계에선 결과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 2심 판결문을 보더라도 무죄를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법리가 명확하다"며 "대법원에서는 새로운 증거 채택도 불가능하기에 무죄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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