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이후 정상들 통화 줄이어
이스라엘·日 총리는 대면 회담
이시바 ‘아부 외교’로 선방 평가
환심 살 수 있는 대면 소통 중요
이번주엔 印… 아르헨도 검토
韓 외교장관 방미 확답도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자 전 세계 수장들이 자국 이익을 위해 앞다퉈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대비 없이 맞닥뜨린 트럼프 1기 때보다 각국 정상들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달력은 정상회담 일정으로 가득 차고 있다. 정상외교 공백 상태로 이 대열에 끼지 못하는 한국의 대미 외교 고립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 및 대면 회담을 진행하며 백악관 복귀를 화려하게 알리고, 대륙을 넘나드는 ‘인기 폭발’ 상태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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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직후 빽빽한 美 정상외교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외교 행보를 보면 지난달 20일 취임식을 한 지 3일 만에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그다음 날에는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통화했다. 이틀 뒤인 27일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달 1일에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했다.
대면 회담 일정도 속속 잡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에 초청한 첫 해외 정상은 지난 4일 만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7일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를 만났다. 이번 주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인도 외무부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달 12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찾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무역·국방 협력, 인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미국 투자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특히 관세 문제가 중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늘어나고 있는 인도인 불법체류자 단속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도 미국과의 정상회담 목록으로 검토되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달 말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석차 미국 방문 중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미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난 외국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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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미외교 수렁’ 언제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은 독특한 언행과 개성으로 끈 관심을 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정상과의 일대일 소통이 중요하다고 분석된다. 인간적으로 자신과 잘 맞거나 거래주의적 스타일로 환심 사기, 함께 주목받을 만큼 매력적인 상대인지 등이 관건이다.
한국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일본보다 먼저 12분간 통화를 하고 조선 분야 협력 등 세부 현안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며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등 고무적인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정작 취임 이후엔 계엄·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국이 홀대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정상 간 통화조차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통화했다. 8년 전과 비교하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가 상당히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강영규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일정과 관련해 “외교부를 통해 오퍼를 넣어놓은 상태”라고 했지만, 전형적인 ‘스트롱맨’인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대행 체제를 굳이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미 일정도 미국 측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14∼16일 열리는 독일 뮌헨안보회의 계기에 트럼프 2기 첫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이뤄질 것으로는 보이지만 다자회의 무대인 만큼 밀도 있는 논의는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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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빈 자리는 다른 주요국들이 꿰차고 있다. 지난 주말 있었던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는 ‘아베 유산’, ‘아부 외교’ 등을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고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좋은 관계 맺기를 시도한 한편 거래주의적 성향에 맞게 1조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방위비·관세 압박은 방어에 성공해 대체로 선방한 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곧 미국을 방문하는 모디 총리 역시 2019∼2020년 과시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를 재연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당시 각각 미국과 인도를 방문해 찬사와 덕담을 주고받은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외교부, 국방부 등 각 부처 단위에서라도 미국과 접촉을 늘리고 실무적 협상을 통해 대북정책이나 한·미 동맹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상외교가 복원돼야 하는데 현재 직무정지 상태로는 어렵다. 한·미 동맹은 이미 큰 틀의 방향이 다 잡혀 있는 상황이라 너무 우려하진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혜·김범수·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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