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 4월 8일 새벽 6시 20분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누군가는 아직 잠자리에서 나오지 않았고, 다른 누군가는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던 그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졌다. 와우시민아파트 19개 동 가운데 1개 동(15동)이 붕괴하며 34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지만 그 원인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실 공사와 관리 소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서울시가 책정한 건축 비용 자체가 낮았는데 건설사는 그 비용의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아파트를 지었다. 하청을 받은 무허가 건축업자는 철근 70개가 들어가야 할 곳에 5개만 사용하는 식이었다. 지반이 모래인 와우산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기반 공사도 전혀 하지 않았다. 69년 6월 착공해 6개월 만인 그해 12월 말 아파트를 완공했지만, 4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하고 말았다.
‘저비용’과 ‘속도전’에 대한 집착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건설사는 너무 빠른 시간에 적은 예산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했고, 감독기관은 그것을 막기는커녕 도리어 부추기고 있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 잘 보이는 높은 곳을 선택해 지었다는 풍문까지 전해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 당시의 분위기가 그랬다는 것이다. 결국 예방할 수 있었던 참사가 벌어졌고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았으며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었던 김현옥 서울시장도 사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고로부터 55년이 흘렀다. 그동안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붕괴했으며, 심지어 2022년에는 광주광역시에서 건설 중이던 신축 아파트가 무너졌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사고 희생자 영령 앞에 떳떳한 나라가 됐는지 자신할 수 없다. 느려도 확실하게, 더뎌도 단단하게,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기 위해 온 국민의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