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구멍 1만개…‘19세기 병풍’ 1년4개월만에 복원성공

2025-03-10

19세기 평안감사가 과거시험에 합격한 이들을 위해 성대한 잔치를 펼치는 모습이 담긴 8폭 병풍이 삼성문화재단의 보존 처리를 거쳐 새로 태어났다.

10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삼성문화재단과 협력해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8폭 병풍의 원형 복원을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는 1826년 평안감사가 도과 급제자를 위해 벌인 대동강 선유(뱃놀이) 축하 행사를 한 폭에 한 장면씩 시간 순서대로 그린 행사기록화다. 19세기 전반 도화서에 만연해 있던 김홍도 화풍과 유사하며, 사실에 기반한 관청 의례, 서민의 일상, 평양의 풍속·풍물에 대한 세부 묘사가 치밀하다. 또 악기나 의장기에는 금칠이 뚜렷하게 확인돼 있어 고위 관료의 주문작임을 짐작할 수 있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는 2023년 11월 국내로 반입됐고 2025년 2월까지 약 16개월간 보존 처리를 거쳤다. 보존 작업 전에는 8폭의 화판으로 분리된 상태였고 벌레가 먹은 구멍이 1만개에 달하는 등 훼손 정도가 심했으나,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이 원형 복원에 성공했다. 사립 미술관이 국외 소재 한국 문화유산 보존을 지원한 첫 사례다.

국외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1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국외소재 문화유산 보존지원 프로그램’ 성과 언론 공개회를 열고 보존 처리를 마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를 처음 공개했다. 11일부터 4월6일까지는 일반 관람도 진행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국외재단의 지원을 받아 단국대 석주석기념박물관이 보존 처리한 ‘활옷’도 함께 전시한다.

‘활옷’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예복 중 하나로 현재 국내에 30여점, 국외에 20여점 등 50여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전시하는 ‘활옷’ 역시 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유물이다.

한편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은 1799년 개관 이후 220년 이상 운영된 미국 내 오래된 박물관 중 하나다. 1800점 이상의 한국 유물이 소장돼 있으며 2003년부터 단독 한국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 미술·문화를 체계적으로 수집한 미국 내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 문화유산의 연구·전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동용 기자 dy072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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