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1년 취임사에서 “현 위기에서 정부는 우리 문제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 그 자체가 문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정부 지출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케인스식 해법은 종언을 고했다.
경제를 주도한 도널드 리건 재무장관은 과감한 조세개혁에 착수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폭의 감세를 시행했다. 금융을 비롯한 주요 산업의 정부규제를 철폐했다. 사회복지와 교육 예산도 큰 폭으로 줄였다.
많은 미국인에게 레이건은 ‘위대한 미국’을 떠올리게 한다. 레이건 경제가 받은 총평은 긍정적이다. 그 출발은 암담했다.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경기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실업률이 7%를 넘어섰다. 레이건 취임 이후 주가지수는 이듬해 여름까지 20% 넘게 하락했다. 1983년부터 회복에 나선 경제는 그가 퇴임한 1988년까지 매년 4% 안팎의 강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실업률도 5%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재임 기간 주가지수는 120% 이상 상승했다.

1983년의 경제지표는 눈부셨다. 그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8%를 상회했다. 한때 12%였던 인플레이션은 2%대로 내려왔다. 100만 개가 훨씬 넘는 신규고용이 창출됐다. 이를 바탕으로 레이건은 1984년 역대 2위의 선거인단 확보율(97.58%)로 재선에 성공했다. 1위는 1936년 98.49%를 기록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다. 레이건은 미네소타를 제외한 나머지 49개 주를 석권했다. 부통령인 조지 H.W. 부시도 1988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했다.
소련을 고립시켜 공산권 몰락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한 레이건은 경제·외교 양면에서 혁혁한 업적을 이룬 보수의 아이콘이다. 역대 공화당 정부는 레이건 정책을 기본으로 정책의 큰 틀을 짰다. 집권 2기 트럼프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전임 바이든 정부의 과도한 지출과 규제 때문에 경제 체질이 약화되어 공공 부문을 빼면 경제는 이미 침체상태라고 맹비난했다. 더불어 베센트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관세로 산업 기반 강화, 고용 창출, 세수 확충, 안보 강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베센트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 규모 감축도 지지했다.
이런 와중에 1분기 미 경제가 역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충격적 전망이 나왔다. 물론 트럼프는 경기 침체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1983년식 성장 복귀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경제 상황은 1981년과 판이하다. 당시는 큰 정부가 문제 되어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온 상태였다. 현재는 투자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을 막으려던 정부가 물러난 상태다. 과연 트럼프는 ‘제2의 레이건’이 될 수 있을까.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페드시그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