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그런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외교는 오랫동안 전문가의 영역으로 간주돼왔다. 외교의 핵심은 외국과의 전쟁을 예방함으로써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외교 담당자는 외국어 실력은 기본이고 사교성이 뛰어나야 한다. 외국의 정세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는 것 또한 기본이라고 하겠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우수한 외교관 양성을 위해 저마다의 독자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이유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옛말처럼 외교의 중요성을 잘 묘사한 문구도 없을 것이다.

인류의 장구한 역사를 감안할 때 정상 외교(summit diplomacy)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한 국가의 정상은 외교는 물론 국방, 재정, 경제, 치안까지 모든 분야를 챙겨야 한다. 자연히 외교는 그 업무를 전담하는 외교부 장관 그리고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대사(大使) 등 재외공관장들한테 일임해왔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들어 항공기 등 교통 수단이 눈부시게 발전하며 정상들끼리 직접 만나거나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크게 늘었다. 예전 같으면 각국 외교장관들이 양자회담 또는 다자회의를 갖고 논의할 사안이 정상회담이나 정상회의에 넘겨지는 사례도 덩달아 급증했다.
문제는 세계 각국의 정상 중에는 외교에 문외한인 인물도 많다는 점이다. 당장 한국의 경우 외교장관을 지낸 최규하 전 대통령 같은 사례도 있으나, 역대 대통령 대다수는 취임 이후에야 비로소 외교 업무를 접했다. 국가원수 자격으로 국빈 방문(state visit)을 통해 외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비로소 대통령이 된 보람을 느낀 이도 많을 것이다. 다만 외국 정상과 1 대 1로 만나는 양자 정상회담과 달리 서너 명부터 많게는 수십 명의 정상이 함께하는 다자 정상회의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즉석에서 외국어를 구사할 능력은 그렇다 쳐도 외교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면 존재감 발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하겠다.

16, 17일 이틀간 캐나다 앨버타주(州)의 휴양 도시 카나나스키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다. 지난해 이탈리아 G7 회의 참석자 명단과 비교해보니 7명 중 무려 5명이 바뀌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제외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그리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까지 5명이 ‘신참’이다. 그마나 트럼프는 1기 집권기(2017년 1월∼2021년 1월)에 G7 회의를 겪었으나, 나머지 네 정상은 이번이 첫 G7 무대에 해당한다. 외교 경험이 일천한 정상이 과반이라니, 이번 G7 회의가 어떻게 굴러갈 것인지 궁금하다. 나름 풍부한 경륜을 갖춘 트럼프와 마크롱이 대척점을 이루며 서로 대립하지 않을까.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