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절반이 부동산에 묶여있어”…금융당국 수장들 작심발언

2025-04-07

지난 10년 동안 금융기관의 부동산 부문 신용공급이 연간 100조원 이상 증가해 민간 신용의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신용 집중: 현황,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안’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컨퍼런스에서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은 총재의 특별 대담도 진행됐다.

금융당국을 이끄는 세 명의 수장이 모여 부동산을 주제로 공개 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부동산 신용 쏠림 현상이 한국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부동산 신용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1932조5000억원으로 전체 민간 신용의 절반 정도(49.7%)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연평균 100조5000억원씩 증가하면서 2013년말 대비 2.3배 확대됐다.

부동산 신용은 2015~16년과 2020~21년 사이에 급격히 팽창했다가 2022년 이후 다소 둔화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타 부문 대비 상당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한은의 설명이다.

그러나 부동산 부문으로 신용이 집중되면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문제가 생긴다. 부동산업은 자본 투입에 비해 산출이 적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전체 민간 신용 대비 부동산 신용 비율이 6%포인트가량 상승하는 동안 민간 신용의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은 0.15%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하락했다. 성장 기여도가 높은 편인 제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2014년 34.5%에서 2024년 24.6%로 낮아졌지만, 부동산업과 건설업 대출 비중은 동기간 19.7%에서 29.4%로 크게 높아졌다. 한마디로 생산성 낮은 산업에 너무 많은 신용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금융이 오히려 부동산 편중을 심화시켰다는 반성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부동산 대책과 대출 완화가 당연하게 엮여있었던 것도 부동산이 빠르게 늘어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과 이 총재는 ‘지분형 주택’을 부동산 금융의 과도한 신용 의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했다.

지분형 주택은 주택을 구입할 때 한국주택금융공사 같은 공공기관에서 지분을 투자받고, 소유권을 정부와 나눠 갖는 방식이다. 개인은 이 주택에 거주하면서 정부가 소유한 지분에 일종의 사용료(월세)를 내야 한다. 만약 집값이 상승하면 지분만큼 자산이 증식되는 구조다.

최용훈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신용의 부동산 편중 현상을 단기간에 해소할 수는 없다”며 “주택금융과 정책금융을 포괄하는 신용공급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현주 기자 ryuryu@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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