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적 친구집에 놀러 가면 책장에 꽂혀 있는 ‘세계대백과사전’을 종종 볼 수 있었다. 30여 권에 이르는 전집은 당시 학생들에게 중요한 지식 창고였다.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유통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백과사전을 구입하지 않는다. 대신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각종 정보나 인터넷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도움을 받는다. 위키피디아는 언어나 문화적 배경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사전이다. 세계 최대의 백과사전으로 평가받는 위키피디아의 성장 뒤에는 세계인의 연대와 참여의 힘이 함께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통상·안보·기술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자국민과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보호주의도 거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다른 나라의 정치나 경제·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감염병 등 개별 국가의 힘만으로 다룰 수 없는 많은 문제에도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초연결 시대에 높은 담을 쌓는 것은 결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식품 안전’도 예외가 아니다. 164개국으로부터 약 1900만 톤의 식품이 수입되고 우리 식품도 세계로 진출하고 있는 지금 식품 안전을 확보하고 K푸드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중심에 ‘연대와 조화’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안전의 글로벌 선도 국가로서 협력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회원국으로서 글로벌 이슈 논의와 국제기준 정립에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 3월에는 CODEX 식품첨가물위원회를 우리나라에서 의장국으로서 개최해 생명공학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식품의 미래 규제 방향에 대해 논의를 이끌었다. 고추장에 쓰이는 식품 첨가물을 국제 규격에 등재하고 김치에는 식용색소를 쓰지 않도록 하는 등 전통 식품에 대한 기준을 세계 기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차원의 연대와 조화도 주도하고 있다. 특히 5월 15·16일 제주도에서 개최하는 제3회 아프라스에서는 12개국 아태 지역 식품 규제 기관 대표와 CODEX,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가 참여해 전략적 연대와 협력을 다짐한다. 식품 규제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전자 위생 증명 이용을 확대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도 창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운영하고 있는 AI 기반 식품 안전 관리나 QR코드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한 실시간 식품 정보 제공, ‘스마트 HACCP’ 등 디지털 안전 관리 시스템을 소개하고 각 나라가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같은 주간 우리가 의장국으로서 개최하는 ‘APEC 식품안전협력포럼’과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출 기업이 안고 있는 비관세장벽 문제 해소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규제기관과 국내 기업 간 간담회를 마련해 건강기능식품 등록 간소화 등 합리적 조정을 이끌어 냈고 덴마크 정부의 매운 라면 회수 조치에 대해서는 과학적 데이터 입증을 통해 철회가 이뤄지기도 했다.
마른 가지에 담쟁이 잎이 나기 시작했다. 하나둘 보이던 담쟁이 잎은 곧 담을 가득 채울 것이다. 이 봄, 함께 담을 넘는 담쟁이처럼 글로벌 연대와 협력을 통해 K푸드가 기술장벽을 넘고 더 높이 더 멀리 뻗어 나아가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