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 몇 해 전 퇴직한 A 씨는 한 지자체의 유튜브 용역업체 선정 위원 중 한 명으로 뽑혔다. A 씨는 오전 9시 용역업체들의 발표를 듣고 평가를 진행한 뒤, 정오에는 함께 평가를 진행했던 위원들과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껏 쌓아온 경력을 활용할 수 있고, 새로운 인맥도 만들 수 있을뿐더러 타 지역이라 왕복 교통비 10만 원에, 3시간 업무로 30만 원의 보수가 통장에 들어왔다.
은퇴자들은 A 씨처럼 퇴직 후에도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자리를 원한다. 이런 일자리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한국앙코르커리어는 지난해 10월 전국의 위원 일자리를 소개하는 ‘위원해’를 선보였다. 지자체와 기관별로 흩어져 있어 찾기 어려웠던 위원 일자리 공고를 한곳에 모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라이프점프는 지난 3일 “평생 현역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 창업했다”는 이소영(38) 한국앙코르커리어 대표와 위원해 서비스 1호 이용자이자 한국앙코르커리어에서 자문으로 일하고 있는 김인호(62) 멘토를 만나 위원회의 특징과 어떻게 이러한 서비스를 만들게 됐는지 등을 들어봤다.
- 이소영 대표는 10대부터 시니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이소영(이하 이): 중학생일 때 학교 체험 활동으로 경로당 봉사에 참가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여기라는 강한 끌림을 느꼈다. 살갑게 맞아주던 시니어 특유의 정다움도 좋았다. 그날 이후로 장래희망으로 매년 ‘실버타운 사장’을 적어냈다.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첫 직장은 대기업에 입사했다. 이후 대학교 창업지원단으로 이직해 5년간 경험을 쌓자 창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퇴사 후 2022년 한국앙코르커리어를 창업했다.
- 김 멘토는 한국앙코르커리어와 어떻게 연이 됐나
◇김인호 멘토(이하 김): 1986년 LG에 입사해 LG에릭슨에서 임원으로 지내다가 2022년 퇴직했다. 2023년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기업연계형 중장년 인턴을 뽑는다는 공고를 봤다. 앤 헤서웨이와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하는 영화 ‘인턴’을 감명 깊게 봤을 때였다. 30대의 기업 대표가 70세의 정년퇴직자를 인턴으로 고용하면서 생기는 일들에 관한 내용이다. 재단을 통해 한국앙코르커리어와 연결이 됐고, 인턴 기간은 4개월 만에 끝났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서비스가 많이 없었기에 호기심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 서비스 출시 전 중장년 200명을 만나보셨다고
◇이: 중장년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무엇일지 알아보기 위해 퇴사하고서는 중장년을 만나보는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내가 만나본 중장년의 공통 관심자이자 가장 큰 고민은 커리어였다. 처음에는 퇴직 후에도 일하기를 원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따져보니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은 경험과 전문성, 체력까지 모두 겸비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다. 그와 동시에 평균 퇴직 연령도 40대 후반 50대 초반이다. 인생의 황금기에 퇴직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의 고민은 당연한 것이었다. 다만 다른 점은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와 파트타임이나 유연제 일자리를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전직을 원하는 중장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간 노력해 쌓아온 경력을 살려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 그렇게 출시한 게 위원해 인가.
◇이: 그렇다. 2016년부터 해오던 뉴스클리핑도 도움이 됐다. 2016년부터 매일 아침 중장년과 관련된 뉴스를 선별해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있다. 2022년 말부터는 ‘평생현역 아침뉴스’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통해 일자리나 자격증,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강좌 등의 뉴스도 제공했다. 사실 평생현역 아침뉴스의 조회수는 미미했다. 하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뉴스를 보니 중장년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 경험과 중장년과의 대화를 결합해 보니 중장년이 원하고, 중장년을 원하는 일자리가 위원 활동인 것 같았다.
- 기존에는 위원 모집이 어떻게 이루어졌나
◇이: 기존에는 위원 모집 공고가 각각의 지자체와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흩어져 있어 일일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위원해는 전국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공개 모집하는 평가위원, 심의위원, 자문위원 등 다양한 위원 모집 활동 공고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하루 100개 정도의 새로운 위원 일자리가 올라온다. 공고가 적을 때는 하루 80개, 많을 때는 200개까지도 올라간다.
◇김: 일자리 정보가 흩어져 있어 중장년에게도 위원 활동은 생소했다. 이 일자리도 경쟁이다 보니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하는 일자리였달까.
- 중장년에게 딱 맞는 일자리같다. 이런 일자리가 왜 중장년에게 아직 생소할까
◇김: 공고문의 위원 자격 요건에 기술사 자격증이나 박사 학위 취득자가 적혀 있어 처음에는 나도 내게 맞는 일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고를 다양하게 보다 보니 한 분야에서 15년 정도 근무했거나 기업 부장 정도되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위원 활동을 몇 번 해보니 합격률도 높아져서 전국으로 다니며 활동을 했다.
◇이: 김 멘토처럼 중장년 대부분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꼭 대기업 임원 출신이 아니어도 된다. 중소기업 부장 정도만 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경력이 있으면 절충되는 부분이 있다. 활동을 잘 하면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의 인력풀에 들어가 위원으로 지원해보라는 연락도 먼저 받을 수 있으니 공고문을 다양하게 살펴보고 지원해보길 바란다.
- 위원 활동의 소감이 궁금하다. 다른 중장년에게 위원 활동을 추천하나
◇김: 우선 젊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어 좋다. 친구들 만나 옛날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지만 미래가 없지 않나. 내 피드백을 받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있다. 위원 활동을 해보니 대부분 성장하고 싶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그야말로 ‘괜찮은’ 사람이 위원 활동을 하러 온다. 평가가 끝난 후 밥 한 끼 하면서 인맥도 넓힐 수 있어 좋다.
- 퇴직 후에 위원 활동으로 생활이 가능할까. 평균 보수가 궁금하다
◇김: 활동마다 금액이 달라서 평균 보수를 말하기는 어렵다. 내가 참가했던 평가위원 활동의 경우 보통 1시간에 10만 원 정도를 받았고, 한번 가면 2, 3시간 정도는 일을 하니 하루에 한 프로젝트로 20만~30만 원은 벌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다빈도순으로 뽑는다. 경험이 많을수록 위원으로 선정될 확률이 높으니 일단 도전해 보시면 좋겠다.
◇이: 보수와 관련해서는 공고문을 꼼꼼히 보시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같은 기관이더라도 부처마다 예산이 다르면 교통비 지급 여부도 차이가 난다. 어떤 분은 당연히 교통비를 지급받을거라 생각하고 지방으로 출장을 갔는데 교통비가 없어 하루 일당을 다 교통비로 썼다고 하더라.
- (은퇴) 중장년의 경험과 전문성 활용이 왜 필요한 지 한번 더 짚어달라
◇이: 김 멘토는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다. 언제든지 질문드릴 수 있는 멘토가 있어 든든하다. 이제 막 서비스를 기획하고 오픈한 우리 회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아무리 작은 선택일지라도 맞는 길인지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고 싶은 마음이다. 이 때 최선의 선택지를 같이 고민해주는 존재가 있으니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는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나보다 더 큰 어른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싶은 이들이 있다. 이럴 때 중장년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이게 우리 중장년이 사회에서 가지는 가치라고 본다.
- 한국앙코르커리어의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이: 일자리 발명이 아닌 발견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중장년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일자리 중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중장년을 원하는 일자리, 중장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한국앙코르커리어는 감사나 이사, 지역 강사 등 중장년이 선호할 만한 직업군을 추가해 중장년을 더 많은 일자리로 연결하려고 한다. 또 어떤 지식을 갖고 있는 것과 전달하는 것은 다른 만큼 위원 활동에 필요한 역량 강화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