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없이 거세" 명의 21번 말했다…50대 필수인 이 검사

2024-11-04

전립샘암은 2021년 남성에게 네 번째로 많은 암이다. 남성 암의 13%를 차지한다. 식습관의 서구화, 고령 인구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5년 생존율은 2021년 96%다. 2005년 81%에서 많이 올랐다. 2021년 생존해 있는 전립샘암 환자는 13만3160명이다. 생존 기간이 2~5년 3만8720명, 5년 넘은 사람이 6만317명이다.

이 암이 상대적으로 순한 편이긴 하지만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하면 여명이 짧아진다.

전립샘암 환자 최성균(82) 미래복지경영 이사장은 말기였다.

그의 주치의는 곽철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과장이다. 최 이사장은 곽 교수의 치료를 받고 약 2년간 별 탈 없이 병을 통제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2022년 7월 골전이성 전립샘암 진단을 받았다. 4기 후반, 즉 말기였다. 피막·정낭(정액주머니)뿐 아니라 상복부 림프절, 허리뼈 10·11번, 오른쪽 견갑골에 암세포가 전이됐다. 뼈 3곳에 전이돼 골전이성 전립샘암으로 불린다.

말기 전립샘암 여명 3년 반~5년

27일 곽 교수를 인터뷰했다. 곽 교수는 최 이사장의 여명을 3년 반에서 5년으로 예측한다. 국제 통계가 이 정도라고 한다. 요즘 좀 더 연장되는 추세다. 췌장암 같은 독한 암은 1년 남짓인데, 이에 비하면 전립샘암은 긴 편이다.

최 이사장은 전립샘암의 지표인 전립샘 특이항원(PSA) 지수가 100이 넘었다. 정상 범위는 3점 이하다. 4가 넘으면 조직검사를 권고한다. 전립샘암은 글리슨 점수도 따진다. 암이 생긴 모양, 즉 분화도를 나타내는 점수다. 10점에 가까울수록 암 덩어리가 고약하다는 뜻이다. 최 이사장은 8~9점. 이 정도면 빨리 전이된 경우가 많다.

최 이사장은 수술은 불가능했다. 곽 교수의 치료를 받고 PSA 지수가 0.02로 떨어졌다.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다. 곽 교수는 “이 정도는 굉장히 좋은 편에 해당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좋은데 지금은 예후가 좋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곽 교수 치료를 받고 수치가 이렇게 떨어졌다. 대장암 치료를 받을 때보다 덜 힘들다. 운이 좋다”고 말했다.

어떤 치료를 했나.

엑스탄디라는 표적항암제를 투여하고 있다.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다는데.

플루빅토(전립샘암 특이적 동위원소 치료제)와 표적항암제를 같이 사용하는 그룹과 표적항암제만 사용하는 그룹(위약군)으로 나눠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최 이사장)는 위약군에 선정돼 표적항암제 엑스탄디를 먹는다.

전립샘암 치료법이 발전하나.

표준적인 치료법이 바뀌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거세 치료를 한 후 치료 경과를 보고 나빠지면 2차 치료에 나섰다. 요새는 2차 치료에 사용하던 약을 앞당겨서 1차 치료에 쓴다. 때로는 세포 독성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병합한 방식을 쓰기도 한다. 환자(최 이사장)는 거세 치료와 표적항암제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엑스탄디 외 표적항암제가 더 있다. 얼리다·자이티가이다. 4기 환자는 표적치료제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뼈에 전이된 개수가 적을 때 병행한다.

기적의 신약 플루빅토

플루빅토는 뭔가.

방사성 동위원소를 말하며 이를 활용해 암 치료를 한다. 전립선막특이항원 (PSMA)이 있는 경우에 쓴다. 거세 저항성 전립샘암에 효과가 있다. 국제 임상시험 중인 약이다. 효과가 좋을 경우 9개월간 통증 없이 여명을 유지하며 전이 병변(암세포)이 모두 사라지는 완전 관해율이 9.2%에 달한다. 기적의 신약으로 볼 수 있다.

식약처는 29일 한국노바티스가 수입하는 플루빅토를 허가했다. 식약처는 "전립샘암에 많이 발현되는 PSMA에 결합해 암세포에 치료용 방사선을 전달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성 치료제"라며 "기존 방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전립샘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받으면 암이 사라지나.

좋은 약이 많지만 완치되지는 않는다. 계속 치료를 받으면서 여명을 유지한다. 체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빈혈이나 혈소판감소증이 오기도 한다. 안 아프고 오래 사는 기간이 늘었다. 최 이사장은 앞으로 1년 정도만 상태가 계속 좋으면 그 이후에는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곽 교수는 ‘거세’라는 용어를 21회 썼다. 생소하기도, 어색하기도 했지만 비뇨의학에서는 “내과적 거세”가 자연스러운 의학용어로 받아들여진다.

거세에 대한 곽 교수의 설명이다.

"전립샘암에 걸리면 내과적 거세 치료를 한다. 전립샘 암세포가 남성호르몬을 먹고 사는데, 남성호르몬을 없애는 약을 투여한다. 암세포의 먹이를 없애는 치료다. 남성호르몬이 사라지니 거세라고 표현한다. 최 이사장도 예외 없이 이 과정을 거쳤다."

전립샘암도 유전자 검사를 활용한다. 이 검사에서 BRCA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환자의 예후가 매우 안 좋다.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이 변이가 있다고 해서 예방적으로 유방을 절제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유전자 변이를 차단하는 약이 나와 있다.

50세 넘으면 연 1회 PSA 검사해야

자각 증세가 있나.

전립샘암은 척추에 잘 전이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허리 통증이나 하반신 운동·감각 이상 등으로 진료받다가 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PSA가 도입되면서 국소(번지지 않음) 전립샘암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소 전립샘암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암이 커지면서 전립샘을 압박하면 불편을 느끼거나 혈뇨가 나오기도 한다.

언제 검사하는 게 좋은가.

50세 넘으면 연 1회 PSA 검사를 하는 게 좋다. 가족 중 전립샘암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40세부터 하는 게 좋다. 최 이사장도 1~2년만 빨리 발견했으면 뼈로 전이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전이암이 많은가.

전체 전립샘 환자의 10% 미만이다. 많이 줄어든 것이다. 미국·유럽·일본은 5% 안 된다.

치료하지 않고 지켜보는 경우가 있나.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고 지켜보는(능동적 감시) 환자를 말한다. 조기에 잡아내는 암이 많아지고 전이되지 않은 국소암이 많아진 덕분이다.

10%는 치료 안 하고 지켜본다

어떤 환자가 능동적 감시 대상인가 .

국제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병원마다 조금씩 기준이 다르다. 우리 병원은 PSA 수치가 10 미만이고, 암세포 분화도를 나타내는 글리슨 점수가 6점 이하여야 한다. 12군데 이상 조직검사를 해서 두 군데 넘게 암이 나오면 안 된다. 세 가지를 다 충족해야 한다. 미국은 20~30%가 해당하고, 한국은 10% 정도다. 절반가량은 끝까지 능동적 감시 대상자로 남고, 나머지는 나빠져 수술 등의 치료를 받는다.

곽 교수는 “치료 안 하면 엄청 아프다. 마약성 진통제를 써야 할 정도다. 통증 없이 여명을 늘리는 게 치료의 목적이니 당연히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치료의 가장 애로사항은.

발기부전이 많이 생긴다는 점이다. 전립샘 옆에 발기 신경이 지나가는데, 수술하다 신경이 다치면 발기력을 회복하지 못한다. 최대한 전립샘에 바짝 붙여서 수술하고, 주변 조직을 많이 남긴다.

(계속)

“원래 발기가 잘 됐는데 전립샘암 수술 후 왜 이러냐”는 항의도 있다. 이때 명의는 미리 작성해둔 종이를 내민다고 한다. 그가 남긴 증거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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