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쿠팡 택배기사 과로사…불공정 계약서 탓

2024-07-04

안산 시민사회단체, 개선 촉구

“로켓배송이 불러온 참사·타살

진상 규명·책임소재 밝혀야”

쿠팡 택배기사 과로사가 잇따르자 안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쿠팡 측이 제시하는 '불공정 계약서'로 인해 과로사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노동환경 개선책을 촉구했다.

4일 민주노총 안산지부와 진보당 경기택배현장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5월28일 쿠팡 배송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남양주 2캠프 대리점에서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던 정슬기(41)씨는 이곳에서 일한 지 14개월 만에 숨졌다. 정씨 사인은 '심실세동·심근경색 의증'으로, 이는 대표적인 과로사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유족들은 정씨가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몸무게 10kg가량이 빠지고, 숨지기 직전엔 매일 진통제와 해열제로 버텼다고 전했다.

정씨는 평소 오후 8시30분쯤 출근해 다음 날 오전 6시30분~7시 사이까지 근무했다. 일주일 동안 수요일 하루 빼고 주 6일을 근무하며 하루평균 250개 물품을 배송했는데, 사망 50일 전 구역이 바뀌면서 물량이 340개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동료 배송지원을 위해 추가 근무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씨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장시간 노동'과 '심각한 노동강도' 업무가 가능할 수 있던 건 쿠팡의 '불공정한 계약서' 때문이라며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영업점과 택배 노동자를 상대로 무리한 계약조건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자 진보당 경기택배위원장은 “쿠팡 CLS와 영업점이 맺는 '계약 해지에 관한 부속 합의서'를 보면 로켓배송 핵심인 PDD(Promised Delivery Date)를 지키지 못하면 위탁 계약은 즉시 해지된다는 조항이 있다. 가령 200개당 1개(0.5% 이상)를 지연하면 안 된다”며 “정씨도 아침 7시까지 배송을 맞추기 위해 물량 일부는 아르바이트까지 써가며 배송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0년 3월12일 쿠팡 CLS 안산캠프에서 야간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A(47)씨는 새벽 시간에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4층에 다량의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다 갑자기 심정지를 당해 결국 숨졌다.

지난해 10월에도 쿠팡 CLS 군포캠프에서 야간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B씨가 새벽 시간 한 빌라 계단에 쓰러진 채 발견됐지만 결국 숨졌다.

안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는 예견된 과로사다. 쿠팡 로켓배송이 불러온 참사이고 타살”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쿠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더 이상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소재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병선·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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