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독수리

2025-10-14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맹금류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진 육식성의 조류를 말한다. 뛰어난 시력과 청각, 빠른 비행술, 민첩한 몸놀림을 갖추고 있다. 주로 다른 동물을 사냥해 포식하며, 일부는 자기보다 큰 동물도 사냥한다. 독수리, 매, 부엉이, 올빼미 등이 해당한다.

그중 조류 먹이사슬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맹금류가 있다. 바로 ‘하늘의 제왕’으로 불리는 검독수리다. 하늘을 날으는 날짐승 중 가장 강력한 사냥 능력을 지닌다. 여우, 늑대 등은 물론 그들보나 10배나 무거운 산양까지 사냥한다.

▲검독수리는 수리목 수리과에 속하는 겨울철새다. 몸 길이는 약 75~90cm에 이른다. 몸 전체는 어두운 갈색이고 머리와 뒷목은 황금빛 노란색을 띤다. 목에 있는 깃털이 햇빛을 받을수록 이 색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양에서 ‘골든이글(Golden Eagle)’이라고 칭하는 이유다.

검독수리가 날개를 펼치면 2m가 넘는다. 유유히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활공하는 검독수리의 모습은 장관이다. 그러다가 최대 시속 240km 속도로 급강하하며 빠르게 먹잇감을 낚아채는 사냥 솜씨는 보는 이에게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검독수리는 강한 힘, 뛰어난 사냥 본능, 위엄 있는 자태로 하늘을 지배한다. 다양한 문화와 국가에서 자유와 용맹, 힘과 권위 등의 표상으로 활용되는 건 그 때문이다. 예컨대 로마제국, 프로이센 왕국, 독일제국 등의 상징적 문양으로, 국기나 깃발에 자주 사용됐다.

검독수리는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북반구 전역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선 전국의 산야 및 습지 주변에서 극히 드물게 관찰된다. 그러나 서식지 파과와 밀렵 등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 오랫동안 번식이 확인되지 않았다.

▲검독수리는 1973년 천연기념물, 2012년엔 1급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됐다. 이런 검독수리가 제주에 정착해 가족을 이룬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5월 한라산 북쪽 지대 약 90m 높이의 절벽 하단 둥지에서 검독수리 암수 한 쌍과 새끼 한 마리가 서식하는 모습이 발견된 게다.

국내에서 번식이 확인된 건 무려 77년 만의 일이다. 제주의 생태적 우수성을 재입증하는 발견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검독수리 가족은 지난 7월 둥지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앞으로 같은 장소에서 번식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체계적인 생태연구와 보호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