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필드 들어올 때부터 울었어요”…교토상가 유니폼 ‘찐팬’의 고백

2024-10-23

바르셀로나 저지를 입고 피케와 쌍벽을 이루던 푸욜이 공격을 위해 질주를 하고, 첼시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드로그바가 최종 수비를 보는 '만화 같은' 장면. 지난 주말 넥슨 아이콘 매치 취재 현장에서 마주한 매 순간은 게임에서나 구현될 법한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시 못 볼 해외 스타들의 총집합에 감탄하는 사이, 깜짝 출전한 박지성의 페널티킥 골 이후 보라색의 J리그 교토 상가 유니폼을 입고 눈물을 흘린 한 팬이 중계에 잡힌 순간은 또 다른 울림을 줬습니다. '아, 우리나라에도 잊지 못할 레전드가 있었지' 하고요. SNS를 달군 그 팬의 이야기를 KBS가 들어봤습니다.

■ 제주 사는 박지성 찐팬 "필드 들어올 때부터 경기 끝날 때까지 울었다"

중계에 잡힌 팬은 제주에 사는 30살 고준혁 씨. 준혁 씨는 자타공인 박지성의 '찐팬'이었습니다. 여러 유니폼 중에 교토 상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간 것도, 수많은 박지성 팬 중에 본인이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습니다.

준혁 씨는 취재진에게 "골이 들어간 뒤에 중계 화면에 잡혔는데, 사실 이미 박지성 선수가 출전을 위해 필드 위에 섰을 때부터 울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옆에 오신 분한테 '제 소원은 박지성 선수가 진짜 1분이라도 뛰었으면 좋겠다, 뛰면서 골까지 나오면 진짜 더할 나위 없겠다' 이렇게 말했는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분이 저를 치면서 필드를 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 딱 박지성 선수가 필드 위에 올라섰는데, 그때부터 울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솔직히 골이 들어가는 건 보지도 못했어요. 거기서 눈물이 터져서 솔직히 경기 끝날 때까지도 계속 울고 정신을 못 차렸어요. 보면서도 만감이 교차하고, 믿기지 않았어요."

무엇이 준혁 씨를 박지성에게 이렇게 빠지게 한 걸까. 원래도 좋아했지만, 준혁 씨는 박지성의 '성품'에 또 한번 반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박지성의 은퇴 경기 날, 박지성이 묵던 숙소 앞을 찾아갔는데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사인해주고 사진 찍어준 그때를 계기로 더 좋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과거 운동선수 출신이어서 운동의 힘듦을 누구보다 절감했던 준혁 씨는 박지성에게는 아무도 따라갈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박지성 선수를 너무 좋아해서, 실제로 박지성 선수처럼 따라 해 본 적도 많거든요. 근데 그렇게 하려고 해도 되지가 않아요. 그리고 실력도 실력인데 성품까지, 정말 모든 걸 다 갖춰서 약간 스님들이 부처를 바라보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 '제주도박지성박물관장'의 꿈… "박지성 전시회 여는 것, 내 삶의 목표"

축구 커뮤니티에서 본인의 닉네임을 '제주도박지성박물관장'으로 정해둔 준혁 씨. 그 닉네임처럼 준혁 씨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박지성만을 위한 컬렉션을 꾸리고 있습니다.

취재진에게 간략하게 보여준 사진들만 수십 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은 물론, 아인트호번에 이어 이번에 화제가 된 '정말 어떻게 구했을까 싶은' 박지성의 프로 데뷔 팀인 교토 상가 유니폼까지 가득했습니다.

준혁 씨의 수많은 버킷리스트 중에 가장 이루고 싶은 3가지는 모두 박지성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박지성이 본인의 공간에 오는 것', '같이 식사하는 것', 그리고 '단 한 번의 패스라도 받아보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컬렉션을 꾸리고, 전시회를 여는 게 준혁 씨의 목표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제 '삶의 목표'인 것 같아요. 왜 우리가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있지만 안 좋을 때도 있잖아요. 근데 안 좋은 생각을 하다가도 박지성 선수를 생각하면 그 안 좋은 생각들이 밀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준혁 씨는 이러한 화제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제 생일 때보다 더 많은 연락을 받았다. 모두 큰 화제라고 말하는데 사실 저는 실제로 체감도 잘 안될뿐더러, 이건 그냥 평범한 일상에 부는 작은 봄바람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인터뷰 때마다 곳곳에서 드러난 순수한 팬심은 취재진을 미소 짓게 했습니다. "이렇게 기사화가 되면 박지성 선수도 볼까요?"를 묻는가 하면, 이번 주말에도 박지성이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 현장을 갈 예정이라고도 귀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지성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그 답은 의외로 간결하면서도 따뜻함이 가득 담긴 것이었습니다. 준혁 씨의 진심이 '우상' 박지성에게 전해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담아봅니다.

"박지성 선수. 항상 건강하시고, 가족들도 모두 평안하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항상 행복만 가득하고 행운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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