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1.21 15:50 수정 2025.01.21 15:50 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트럼프 취임식은 참석하고 청문회는 불참
與野 “맹탕 청문회 전락 우려…고발해야”
쿠팡 “물품 분류 작업 개선 방안 마련할 것”
국회 환경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21일 ‘쿠팡 택배 노동자 심야 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불참한 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환노위원 대다수는 ‘맹탕 청문회’로 전락하는 것은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날 결과에 따라 청문회를 재소집하거나 김 의장을 고발해야 한다고도 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와 쿠팡 한국 최고경영자(CE)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제기한 노동 문제에 대해 개선 의지를 밝혔다.
앞서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청문회 증인 명단이 포함됐으나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참석하지 않았다.
쿠팡Inc는 미국 뉴욕 증시 상장사다. 이날 김 의장은 미국 의사당 내 노예해방의 홀(Emancipation Hall)에서 취임식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트럼프 취임식은 가고 청문회는 안 나오나”며 “청문회가 효용이 있는지 위원장이 짚어달라. 맹탕 청문회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취임식에 갔다고 하니 참 황당하다”며 “국회를 이렇게 무시하고 청문회를 (이렇게) 대하는데 (앞서) 동행명령장 얘기도 있으나 고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의장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부득이하게 불출석한다고 했다”며 “오늘 청문회 결과를 봐서 다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음 출석을 요구할 때는 김 의장이 반드시 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취임식이 노동자들의 죽음보다 훨씬 중요한 일인가”라며 “노동자들의 죽음을 발 딛고 쿠팡을 만든 CEO(최고경영자)답다는 생각이 든다”며 강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장이 빠진 쿠팡 청문회의 효용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강한승 대표 등 쿠팡 최고경영자들은 심야 노동 문제 등에 대한 개선 의지를 밝혔다.
강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되는 (노동 문제 관련) 결론에 대해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는 택배기사가 물품을 싣기 전 분류하는 작업과 관련해 “현장 종사자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23년 쿠팡 일산 캠프에서 일하던 택배 노동자 송정현 지회장이 소식지를 배포하는 등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쿠팡 업무 입찰에서 배제한 데 대해서도 사과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송 지회장 등의 손을 들어줬다.
홍 대표는 “대법원 결정 취지를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입찰 제한 때문에 장기간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현실적으로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보상을 계획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송)캠프 내 노조 활동은 시설 안전이나 작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노조 활동은 헌법상 기본권이기 때문에 그런 범위에서 한다면 제한하거나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