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공동행동' 의료사고 안전망 체계 개선 제언
의료과실 형사 처벌 대신 면허 관리로 징계 결정
전문가 조사 기구 신설해 중과실 유무 공정 판단
건보재정서 기금 조성해 피해자에 신속히 보상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가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해 의료 시스템 전환을 요구했다. 기존의 의료사고를 개인 간의 민·형사 책임 문제에서 접근하지 말고 별도 기금을 조성해 국가 차원의 신속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의료 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1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이 밝혔다.

공동행동에는 의료 소비자 측에서 조은영 한국YWCA연합회 회장, 유미화 GCN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가 참여했다. 의료계에서는 서울의대 강희경, 곽재건, 오주환, 하은진 교수가 참여했다.
유미화 대표는 "의료사고와 관련된 민·형사 소송과 처벌은 의료인들이 의료행위를 두려워하게 하고,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의료사고를 겪은 환자와 보호자는 제대로 된 설명도 사과도 받지 못해 끝이 보이지 않는 소송에 의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본질적으로 위험을 동반하는 의료 행위가 항상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고, 악결과의 책임을 의료진 개인에게만 물을 수 없다"며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은 '환자 안전 강화'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료사고를 비롯한 환자 안전 사건의 원인을 조사해 밝히는 '독립적인 공적 조사기구(가칭 '환자 안전 조사 기구')를 설치할 것이 제언됐다. 이 기구는 의료 전문가가 참여하여 의료 과실의 사실관계와 근본 원인을 규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의료인의 과실이 밝혀진 경우, 고의나 범죄가 아니라면 형사 처벌 대신 면허 관리(의료행위 제한, 면허 정지 또는 취소)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강희경 교수는 "의료 과실이 면허 정지나 취소의 사유가 되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의 선진국에서는 의료 과실을 재교육, 특정 의료행위 제한, 면허 정지 또는 취소 등으로 재발을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기존에는)수사관이 의학적 지식을 갖고 수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적으로 섬세하게 추궁하는 것이 불가하지만, 조사 기구는 의료 전문가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더 엄밀한 조사를 할 수 있고, 지금 환자들이 겪는 입증 책임 문제에 훨씬 높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 직역 간에 처벌의 개념을 면허 관리로 바꾸는 것의 컨센서스를 이루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안덕선 원장도 형사처벌 대신 면허 관리로 가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합의의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성주 대표는 "의료사고 피해를 입은 환자가 신속하고 충분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체계를 요구한다"며 "환자와 가족의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해 의료사고 안전망 기금을 조성해 책임소재와 무관하게 신속하고 충분하게 보상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의 건강보험재정의 일정 부분을 관련 기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강 교수는 "건보재정에서 의료 행위에 대한 보험 수가가 다양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 1~2% 정도는 위험 수당으로 돼 있다고 한다"며 "거기에 해당하는 기금이 연 3000억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것을 안전망 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