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 게임, 반 PC(정치적 올바름)주의 성향이 짙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게임 관련 미국의 정책 방향성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5대 대통령 취임 당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8년초 플로리다에서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후엔 “비디오 게임이 폭력성을 띈다. 총기 난사 사건은 게임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게임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구권을 포함한 글로벌 게임 시장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던 한국 게임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PC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에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에는 오로지 2개의 성(sex)만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반 PC주의를 분명히 했다. 최근 서구권 게임업계가 성소수자 캐릭터, 유색 인종 캐릭터 등을 선보이는 등 PC주의가 국내외 게임업계 내 주요 방향성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업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무역 분쟁 상황 역시 국내 게임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미 국방부는 게임사 텐센트를 중국군 지원 기업 명단으로 지정했다.
국내 게임사는 텐센트를 비롯한 여러 중국 게임사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텐센트는 넷마블과 크래프톤, 시프트업 등 국내 대형 게임사의 2대 주주기도 하다. 동시에 한국 게임들을 중국에 유통하는 핵심 파트너다. 텐센트의 상황에 따라 국내 게임사들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의 무역 마찰로 인해 중국에서 생산되는 게임 관련 기기·부품 가격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 미국에서는 게임 콘솔, PC 부품 등 전자기기 가격이 최대 40%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정책연구소(PIIE)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 미국이 수입하는 콘솔 게임기의 90%가 중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만큼,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국내 게임사 및 블록체인 스타트업 기업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가상자산 대통령’으로 칭하며 향후 5년간 비트코인을 매년 20만 개씩 구매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한 웹3 게임 및 블록체인 게임 시장이 재차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블록체인 게임에 도전해왔던 국내 게임사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게임사 중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곳은 위메이드, 넷마블, 넥슨, 네오위즈, 컴투스 등이다. 최근엔 액션스퀘어까지 합세했다.
위메이드는 가상자산 및 메인넷 '위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MMORPG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버전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선보였다. 이어 올 1분기에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국내 선출시하고, 블록체인을 접목해 글로벌 버전을 론칭할 예정이다. 넷마블과 컴투스는 각각 가상자산 프로젝트인 마브렉스, 엑스플라(XPLA)를 선보이고 있다.
네오위즈는 블록체인 자회사 네오플라이를 통해 씨디파이(CeFi, DeF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가상자산 '네오핀'을 운용중이다. 넥슨은 상반기 내 자사 대표 IP ‘메이플스토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한 ‘메이플스토리N’을 정식 서비스할 예정이다.
액션스퀘어는 올해부터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및 가상자산 프로젝트 '크로스(CROSS)' 개발 착수 소식을 알리고, 외부 게임사 및 개발사를 생태계에 합류시킨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전부터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었는데, 취임 이후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침체기가 길었던 만큼, 블록체인 업계의 숨통이 조금씩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