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사이에 지난 몇 년 동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셜미디어 틱톡이 많은 논란 끝에 미국 시장에서 강제 철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내 틱톡 금지, 혹은 매각이 논의될 때만 해도 중국과 미국 정부 사이의 갈등이 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금지가 현실화하면서 이 앱을 매일 사용하던 1억7000만 명의 미국인과 크리에이터들이 미국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국내 갈등으로 번졌다.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중국 기업의 안보 위협을 경고하는 자국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샤오홍슈(영어 이름: 레드노트)라는 또 다른 중국 소셜미디어 앱에 대거 가입하기 시작했다. 샤오홍슈가 미국에서 틱톡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미국인들의 태도는 자국 정부의 보호 조치를 무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틱톡 매각에 반대했던 중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내심 즐기고 있을까? 그런 것 같지 않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영향을 두려워하지만, 중국 정부는 미국 사용자들과 중국 사용자들이 온라인에서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미국식 사고가 중국인들에게 퍼지는 것을 걱정한다. 벌써부터 미국인들은 샤오홍슈에서 트럼프를 홍보하거나, 3D로 총기를 만드는 법을 전수하는 등 중국 정부가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샤오홍슈는 미국에서 사용자들이 대거 유입하자 이들을 기존의 중국 사용자들과 분리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트래픽은 별도의 서버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자,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고국의 친구들과 만나는 통로가 닫힐 것을 걱정하고 있다. 물리적인 국경과 온라인의 경계를 일치시키려는 미국과 중국 정부의 시도는 쉽게 성공할 것 같지 않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