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아 개헌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결할 때라는 문제의식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1987년 개헌 이후 3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87년 체제'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 55% 개헌 찬성…이중 절반이 '4년 중임제'
권력구조 개편 방안은 크게 세 가지가 언급된다. △4년 중임제△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다.
이 중 4년 중임제는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혀왔다. 대통령제는 유지하되 임기를 4년으로 줄여 한 차례 재선이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정책 연속성과 책임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의원내각제는 대통령은 명목상 국가원수의 역할만 하고 의회가 선출한 총리가 행정부 수반을 맡는 제도다. 의회가 내각을 불신임하면 언제든 내각 불신임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행정부는 의회해산권을 견제 장치로 갖는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갖는 제도로, 대통령이 외교·국방을, 총리는 내정을 담당한다. 국민의힘은 최근 개헌 논의를 본격화, 관련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이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국민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권력구조 방안은 4년 중임제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 지난 21일부터 양일간 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응답자 총 1005명 중 55%의 응답자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봤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들 중 47%가 4년 중임제를 선택했고, 12%가 의원내각제, 5%가 책임총리제를 택했다.
개헌 불붙이는 與 vs '조기 대선' 앞두고 심드렁한 野
국회에선 지난해 11월 의장 직속 기구인 '국민미래개헌자문위원회'(개헌자문위)가 출범했다. 이 기구는 여야가 참여하는 국회 개헌특별위원회에 개헌안 초안을 제공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맡지만, 여야의 입장이 달라 개헌특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최근 개헌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당은 당초 개헌자문위 출범에도 참석하지 않았으나,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 대신 임기 단축 개헌 등을 띄우며 입장을 바꿨다. 이들은 지난주 국회의장실에 개헌자문위 위원을 추천하겠다고 전달하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차기 집권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개헌 관련 질문에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반면 이 대표 견제에 나선 비명계는 개헌 추진에 목소리를 보태는 추세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개헌 이후 7공화국을 의미하는 '일곱번째나라LAB'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2017년) 민주당이 개헌에 성공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것이) 지금과 같은 불행을 초래한 한 원인일 수도 있다"며 "그 일을 꼭 성공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