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둘다 고장났을 것”…긴급 동체착륙 뒤 ‘정비사 착취’ 있었나

2024-12-30

장승철 전 대한한공 기장 “엔진 둘다 고장나지 않고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제주항공 전·현직 직원 1년 전부터 블라인드에 ‘엔진 결함’, ‘정비사 착취’ 고발

“정비사들 야간13∼14시간 쉬지 않고 일해…언제 큰 사고 터져도 이상하지 않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항공기가 급하게 동체착륙한 상황에 대해 ‘양쪽 엔진이 다 고장났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제주항공의 정비 문제를 지적한 내부 증언들이 관심을 받으며 ‘기체 결함’ 가능성에 궁금증이 모이고 있다.

◆‘엔진 먹통’ 아니고선 설명 불가

장승철 전 대한한공 기장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한쪽 엔진에 조류 충돌이 있었더라도 다른 쪽 엔진이 정상 작동됐다면 착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양쪽 엔진이 다 고장났을 거라는 게 저의 합리적인 추론이다”고 밝혔다.

사고 직전 찍힌 영상을 보면 착륙 직전 항공기의 오른쪽 엔진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 해당 엔진에 이상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엔진 한 쪽이 고장났다고 사고 항공기처럼 대부분의 안전한 착륙 방법이 무력화되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리는 방법도 있고,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더라도 엔진 한쪽이 작동한다면 (항공유가 남아있을 경우)동체착륙에 더 적합한 활주로로 이동할 수도 있다.

장 전 기장은 엔진 역추진 등 여러 제동장치가 하나도 작동이 안 됐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양쪽 엔진이 다 동력을 잃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복행(고 어라운드)후 가장 가까운 19활주로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활주로가 짧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엔진 하나가 살아있다면 활주로가 긴 곳으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메이데이 2분만에 19활주로를 선택한 것은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음을 짐작케 한다”고 했다. 사실상 엔진 이상에 무게를 실은 것. 사고 항공기 기장은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보낸 지 2분만에 당초 착륙하려던 1번 활주로 대신 19번 활주로에 역방향으로 동체착륙했다. 폭발을 막기 위해 항공유를 버릴 시간도 없는 긴급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체 결함 가능성도 간접 시사했다. 정비 문제가 없었다는 제주항공 측 발표에 대해 장 전 기장은 는 “그건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장 전기장은 “랜딩기어 작동이 안 될 경우 일렉트라 펌프 등을 통해 수동으로 내릴 수 있다”며 “랜딩기어를 안 내린 거냐, 못 내릴 수밖에 없었냐 중 후자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 전·현직 직원들 ‘정비사 착취’ 폭로

이런 가운데 ‘제주항공 이용하지 말라’는 제목 등으로 제주항공의 전·현직 직원들이 엔진 결함과 정비사 착취문제를 경고한 게시물들이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월 A씨는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정비도 운항도 재무도 회사가 개판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즘 다들 타 항공사로 탈출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다만 블라인드는 앱 특성상 재직자와 퇴직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제주항공 재직자로 표시된 B씨도 1년 전 “하늘에서 엔진 자주 꺼지는 항공사 제주항공”이라며 “정비비용 아끼느라 1년에 공중에서 엔진 4번 꺼짐. 타 항공사에서는 그룹 역사 전체적으로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중대 사고다”라고 꼬집었다.

C씨는 “정비(문제) 연달아 터지는 중”이라며 “어제랑 오늘 새벽 걸쳐서 벌써 3건인데 현장 직원분들 고생 많으셨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 정비사라고 밝힌 D씨는 ‘위험한 비행기를 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비사들은 야간에 13∼14시간을 일하며 밥 먹는 시간 20분 남짓을 제외하고 쉬지 않고 일한다. 업무량은 타항공사에 비해 훨씬 많다”며 “정비사들 모두 사명감을 가지고 본인 수명 갉아 먹으면서도 안전하게 정비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상황이 언제 큰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긴급 상황을 맞아 동체착륙 후 활주로 끝 구조물에 부딪혀 폭발했다. 이 사고로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제주항공 측은 항공기 운항 안전 점검 및 정비에 대해 “절차에 따라 철저하게 진행해 왔다”고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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