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중국이 트럼프를 따라한다면

2025-08-31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하루가 다르게 강도와 폭을 더해가며 글로벌 정치·경제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데이비드 라이 미 육군전쟁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을 각각 체스와 바둑에 비유했다. 그에 따르면 체스는 힘과 기술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의 급소를 겨냥한 전투 게임이다. 반면 바둑은 상대 자체가 아니라 상대의 전략을 공략한다. 체스가 상대 ‘킹’을 제압하는 한판승을 노린다면, 바둑은 오랜 시간 수를 쌓아 반집승이라도 거두려는 군사작전에 가깝다.

그의 분석은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에서 맞아떨어지고 있다. 중국은 힘을 앞세운 미국의 공격을 정확하게 맞받아쳤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때 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단단히 벼른 티가 역력하다. 무엇보다 세계 공급량의 90%를 틀어쥔 희토류 자석 수출을 걸어 잠그는 묘책으로 미국의 첨단산업을 타격한 것이 주효했다. 급소를 정통으로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톱다운 외교로 전투를 매듭지으려 하지만 ‘체크메이트’에 가까운 쪽은 미국이다. 더구나 중국이 미국에 순순히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편에서는 중국이 ‘미국조차 쉽게 꺾지 못하는’ 자신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중국의 각성이 영 반갑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중국이 트럼프를 따라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 시장을 지렛대로 관세를 휘두르고, 막강한 군사력으로 안보 장사를 하고 있는 미국의 횡포를 중국이 흉내 낸다면 국제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지나친 가정인가. 딥시크와 화웨이의 부상은 중국의 첨단 기술력을 상징하며 남중국해 국가와 대만을 상대로 한 팽창 정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장조사 업체 월드데이터랩은 2030년이면 중국이 인도(2위)와 미국(3위)을 밀어내고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그에 앞서 소비 위축 극복과 내수 전환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지만 중국의 과제가 신규 시장 ‘창조’가 아니라 이미 보유한 14억 명의 내수 시장 ‘전환’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또 중국 같은 전체주의 체제가 아닌 바에야 어느 나라 정부가 정제 과정에서 방사능 폐기물까지 발생하는 희토류 생산을 강요하겠는가. 이처럼 테이블 위에 유리한 패를 잔뜩 늘어놓은 중국 차기 지도자는 이제 바둑이 아니라 체스판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는 “동아시아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 앞에서 우크라이나가 제물이 된 것처럼 중국의 팽창주의에 한국과 일본의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패권국 중국’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수(手)는 무엇인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