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63〉 [AC협회장 주간록73] 기술보다 전략, 자금보다 철학

2025-08-31

만약 조선 명장 이순신 장군이 오늘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면 그는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까. 수백년 전,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켜낸 전략가가 지금의 창업 전쟁터를 본다면 어떤 관점으로 해석할까. 기술 진보, 자본 이동, 데이터 중심 세상이 된 지금에도 싸움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창업 역시 하나의 전장이라면, 이순신 장군은 오늘날 창업자들에게 무엇을 말했을까.

그가 가장 먼저 주목했을 것은 전략 없는 실행의 홍수였을 것이다. 지금의 스타트업 업계는 '빠른 실행' '린(lean) 전략' '선출시 후보완' 같은 개념을 강조하며 속도와 실행을 중시한다. 하지만 이순신은 어떤 전투에서도 승산 없는 싸움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난중일기'에서 날씨, 해류, 적 배치와 병력 규모를 반복해서 기록하며,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고 계산했다. 오늘 창업자들이 시장 진입 전에 충분한 분석과 검증 없이 MVP를 내고 마케팅을 집행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는 말했을 것이다.

“전장은 변했으나, 싸움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

전략이 없는 속도는 낭떠러지로 향하는 마차와 다르지 않다. 이순신은 아마 그렇게 판단했을 것이다. 스타트업이 기술 하나로 시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략과 준비로 시장의 균열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그는 조직 내 리더십 허점을 지적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순신 장군은 병사들과 함께 자고 먹고 싸웠다. 장수지만 항상 맨 앞에서 싸웠고, 병사 한 명 한 명의 고통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했다. 지금 창업자들 중 일부는 CEO라는 이름 아래 의사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리고, 실적 압박을 팀원들에게 전가하며, 내부 소통 없이 경영만 강조하기도 한다. 이순신이 본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신뢰가 없는 조직은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무너진다. 싸움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시작된다.”

스타트업이 아무리 뛰어난 아이템과 자금을 보유해도, 구성원이 비전을 공유하지 않고 리더를 믿지 않는다면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 사람은 전략보다 먼저 설계돼야 할 요소다.

셋째, 이순신 장군은 결핍 속에서도 해답을 찾아가는 일부 창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 자신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열세한 병력, 끊기는 보급선, 위에서 날아드는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그는 지형을 활용하고, 적의 허점을 찌르고, 거북선을 만들어 내며 새로운 방식으로 싸웠다.

오늘날의 스타트업 환경 역시 쉽지 않다. VC 자금은 제한적이고, 규제는 여전히 존재하며, 인재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빠르게 실험하고, 유연하게 피벗하며, 시장 흐름을 읽고 살아남는 창업자들이 있다. 이순신은 그런 이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모든 싸움엔 열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패배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준비와 판단이다.”

결국 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리소스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철학이다.

지금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여러 갈래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지원사업에 의존하는 모델, 자금유치에 집중된 전략, 급성장 후 구조조정에 빠지는 팀들. 이순신 장군은 이 모든 풍경을 보며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기술보다 전략이 중요하고, 자금보다 철학이 앞서야 한다.”

창업은 전쟁이 아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전쟁만큼이나 냉정하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은 창업자에게 전투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싸우는 사람의 자세와 철학을 먼저 점검하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결국 그는 말했을 것이다.

“사람을 이기려 말고, 스스로를 이기시오. 신뢰와 준비, 그리고 철학. 그것이 이기는 길이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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