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인권위 광주사무소가 정부 대신해 전달
윤 정부서 2022년 12월 훈장 추천됐지만 무산
고령·건강악화 입원, 작년 제3자 변제 안 수용
시민단체 “전 정부 잘못 바로잡는 계기 돼야”

정부가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됐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96)에 대해 수여하기로 한 ‘국민훈장’이 할머니가 입원 중인 요양병원에서 별다른 행사 없이 전달된다.
3년이 흐르는 사이 고령의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가족들과 상의해 제3자 변제 안도 수용했다. 30여년 동안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 왔던 할머니가 받는 ‘지연된 훈장’에는 상처가 남았다.
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는 2일 할머니가 입원 중인 광주의 한 요양병원으로 찾아가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한다.
훈장은 정부를 대표해 국가인권위 광주사무소장이 병원으로 찾아가 별다른 절차 없이 전달한다. 할머니를 지원해 왔던 시민단체 등은 논의 끝에 훈장을 전달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윤석열 정부 시절 훈장 수여를 거부했던 분들을 전수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전 정부에서 무산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 할머니에 대한 국민훈장을 수여하는 영예수여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오는 15일 광복절 행사에서 할머니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상황 등을 고려해 ‘방문 전달’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측은 “내부 검토 결과 행정안전부에서 수령한 할머니의 훈장을 광주사무소를 통해 본인에게 전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위원장이나 상임위원 등 고위인사도 찾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2년 12월 강제동원 피해자 권리 회복 등에 힘쓴 공로로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외교부가 ‘이견이 있다’고 반대하며 무산됐다.
1929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양 할머니는 14살이었던 1943년 ‘조선여자근로정신대’로 일본 나고야의 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로 끌려가 강제 노역을 했다.
할머니는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해 30여년 동안 일본과 한국 법원에서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사과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훈장 수여가 무산된 이후 2년7개월 동안 할머니의 삶도 많이 변했다. 건강에 별문제가 없었던 할머니는 지난해부터는 건강이 악화해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2023년 정부가 내놓은 제3자 변제 안도 결국 수용했다. 이 방안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을 대신해 한국 정부가 국내 기업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법원 판결로 확정된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방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혀왔던 할머니와 가족들은 갑작스럽게 배상금 수령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 정부의 방해 등으로 지연된 할머니의 훈장에는 영광 대신 상처가 남았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늦게나마 할머니에 대한 서훈 수여는 다행한 일이지만 이것은 지연된 정의를 바로잡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모든 사달은 결국 대법원 판결 취지를 뒤집고 제3자 변제를 관철하기 위해 빚어진 일이다. 지난 정부에서 자행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