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추락하는 산부인과, 날개가 없다

2024-06-30

전국 95개 전공의 수련 병원의 산과 교수 현황을 조사한 한 일간지의 기사를 최근에 보았다. 산과 의사들이 자조적으로 말하던 의사의 고령화에 대한 수치화된 통계표를 보니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산과 의사의 평균 나이는 50대로 접어들었고 향후 15년내 절반 이상이 정년 퇴임할 예정이라 한다. 하지만 산부인과 지원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그 중 소수만이 산과를 선택해 분만 의사의 고령화는 가속 될 것으로 보인다.

산부인과를 특히 산과를 지원하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1970년대에 100만 명이 넘던 출생아 수가 2023년 약 23만 명으로 줄어들어 합계 출산율 0.72명으로 역대 최저의 한국 출생률을 기록했다. 이는 산부인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출산이 1/4로 줄어들었지만 적정한 수가 상승은 없었고, 오히려 포괄 수가제가 도입되면서 분만 병원의 적자의 폭은 증가되었다. 한 예로 지난 달 한때 전국 분만 건수 1위였던 성남의 한 산부인과 전문 병원이 경영난으로 폐업 하였다.

또한 만혼 및 노령 임신 증가로 인한 고위험 임신의 증가는 필수적으로 많은 의료진과 장비,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며 이는 의료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필연적으로 의료 사고의 위험도를 높이게 된다. 따라서 고위험 산모의 진료 및 분만은 병원 운영에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의료 소송의 증가이다. 작년 불가항력적 분만 의료 사고에 12억 원의 배상 판결이 나온 사건과 같이 산과는 소송의 일상이 되었다. 명백한 의사의 과실이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처벌은 당연히 있어야한다. 하지만, 열심히 치료하고 최선을 다하였지만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처벌을 받아야 하고, 또 수 억대의 배상을 해야 한다면 앞으로 남아 있을 산과 의사가 있을까?

최근 노동계에서는 주 5일제를 앞으로 주 4일제로 바꾸어 노동의 강도를 줄이고 워라벨을 추구하자는 논의가 있다. 하지만 산과 전문의들의 생활은 분, 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24시간 대기 및 당직 등으로 업무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산과 교수의 생활을 보는 전공의와 의과 대학생들이 기피하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젊은 피의 수혈이 없어 현 진료 교수에게만 업무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는 이유는 경제적 목적과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자아 실현을 위해서라고 한다. 부정적인 이유가 많지만 산과를 선택하는 의사들은 두 생명을 책임지는 엄청난 부담 속에서도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과 기쁨을 느끼고, 힘든 순간들을 해결 했을 때 나의 존재 의미를 찾고 보람을 느끼기에 당장의 수입이나 삶의 질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는 지난 10년 간 34%가 감소되었으며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250곳 중 72곳(28.8%)에는 분만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분만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의 나이도 10년 후에는 60대가 된다. 분만 인프라는 현재 진행형으로 붕괴되고 있다. 분만을 위해 옆 시도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기를 띄워 옆 나라로 가야 될 날이 오고 있다.

정부는 다음 세대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출산을 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책임이 있다. 무너지고 있는 의료 현장에서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하며 단순 의사 수 증가에 의한 불확실한 미래의 낙수론에 기댈 것이 아니라 지금 이탈되지 않도록 사회적, 제도적 체계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제는 분열을 넘어, 화합과 상생으로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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