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오던 인공지능(AI)디지털교과서가 거대 야당의 방해로 결국 정식교과서가 아닌 참고자료로 그 지위가 격하되었다.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이 초중고 공교육의 AI디지털화에서 세계 최초, 세계 1등을 할 기회가 물거품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불법이다. 자유를 빼앗긴 국민들은 국외에서 직구한다. 직구를 하게 되면, 한국의 제조업, 유통업, 택배업을 모두 우회한다. 한국에 떨어지는 부가가치가 최소화된다. 국외 전자상거래 플랫폼, 국외 제조, 유통, 배달업만 살찐다.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UAE, 호주, 뉴질랜드, 포르투갈, 러시아 및 동유럽 국가 국민들은 온라인으로 콘택트렌즈를 살 수 있다. 한국에서 안되는 것은 죄송하지만, 안경사 분들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인데, 안경사분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23년 11월, 정부는 민생 규제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안경업소를 통한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이전 구매 이력이 있는 동일한 렌즈를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송받을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될 예정인데, 아직 초기 단계이며, 완전한 온라인 판매 허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0년 이상 끌고 있는 이슈다.
우버X와 같은 차량공유서비스는 한국에서 여전히 불법이다. 오직, 택시 면허를 가진 사업자만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합법적으로 돈을 받고 이동시킬 수 있다. 미국, 중국, 영국, 호주, 프랑스, 핀란드, 동남아시아에서는 우버X, 디디추싱, 그랩, 카림 등의 차량 공유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차량공유서비스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놀고 있는 자동차의 활용률을 높이며, 교통 수단 간의 경쟁을 만들어 교통비용을 낮추며, 사람들의 이동 비용이 감소되어, 소상공인들의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한국은 이제 밤 11시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비싼 택시비를 피해 대중교통으로 귀가한다. 소상공인들은 울상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여전히 불법인 나라는 한국과 일본,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뿐이다.
한국은 산업화에는 늦었지만, 정보화에는 앞서가자는 구호로, 정보화에 앞장섰지만, 디지털 지체 국가가 되고 있고, 나아가 AI 장애국가가 되고 있다. 생성형 AI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나 사용 트래픽에서 한국은 세계 20위 바깥이다. 국가별 순위에서 아예 언급이 안 되는 발표자료도 많다. 한국이 G7을 넘어 G5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 견주어볼 때, AI 부문의 성적표는 낙제 수준이다.
한국은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도 아직 제대로 되지 않는 나라다. 한국에선, 외국인 관광객 대상만 숙박공유를 허용하며, 내국인은 이용할 수 없다. 미국은 내외국인 모두 이용 가능하다. 한국은 호스트가 실거주해야 하고, 복잡한 등록 절차와 제한이 많아 시장 접근성이 낮다. 한국의 공유숙박 규제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저해한다. 내국인 이용 제한과 영업일수 규제는 숙박시설 부족을 초래해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저해한다. 부동산 공급을 제한하게 되어, 부동산 상승, 임대료 상승 등 부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규제가 완화되면, 가계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발전의 효과가 나올 것이다. 이 역시 10년 이상 끌고 있는 이슈다.
한국은 온라인으로 주류도 구매할 수 없는 나라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캐나다, 체코 등 대부분의 나라에선 가능한데, 한국만 안 된다. OECD 국가 중에 불가능한 나라는 한국과 폴란드뿐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철저한 성인 인증 시스템과 기록 관리 등을 통해 청소년 보호와 세금 문제를 해결하며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한국에서 전통주는 온라인에서 구매가능하다. 주류 온라인 판매 금지가 청소년 보호 때문이라면, 한국 청소년은 전통주는 마셔도 된다는 뜻이려나? 이렇게 무원칙한 누더기 규제와 시혜적 조항으로 점철되어 있는 게 한국의 실정이다. 결국 한국에서 주류 온라인 판매 금지는 청소년 보호 때문이기보다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카르텔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카르텔은 늘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한다. 손해는, 카르텔 참여자를 제외한 모든 경제 주체가 보게 되어 있다.
한국은 병원 외부에서 AI를 활용한 원격 진단이나 처방은 불법이다. 미국은 원격 의료가 합법이며, AI 기반 진단 및 처방도 의사의 감독 하에 가능하다. 공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는 초진 환자의 원격 진료에 대한 보험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 진료 규제가 대폭 완화되었고, 초진도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AI 기반 의료 서비스도 의사의 감독하에 제공될 수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 제한적인 상황에서 처방도 가능하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원격 의료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AI 기반 진료소(예: '1분 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환자가 증상을 입력하면 AI가 초기 진단을 내리고, 이후 의사가 처방을 내리는 방식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EU 국가에서는 원격 의료가 허용되며, AI 기반 진단 및 처방도 의사의 감독하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2018년부터 원격 진료와 처방에 보험 적용을 시작했다. 캐나다는 별도의 법령 없이 의사협회의 지침에 따라 원격 의료가 허용되며, AI 기반 서비스도 의사의 판단하에 제공될 수 있다. 독일도 원격 의료는 허용된다. 앞에서 열거한,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모두 원격 진료가 가능한데, 오직 한국은 불가능하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무리하게 하기 전에 원격 진료부터 다른 나라처럼 시작하는게 옳았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실행해야 한다.
한국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정부가 나서서 AI디지털교과서를 초중고에 보급하여 교육의 초개인화를 통해, 취약계층의 학생들에게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정책까지 국회에 의해서 좌절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등학교 저학년학생들에게 영어 공교육을 금지한 사례와 유사하다. AI디지털교과서를 공교육에서 제공 안하면, 어차피 그 몫은 사교육으로 간다. 초등학교 저학년학생들에게 영어를 교육하지 않으면, 어차피 그 몫은 사교육으로 간다. 공교육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그건 사교육의 몫이 되고, 취약 계층과 사교육 가능 계층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지금 거대 야당은 늘봄교실마저 반대했다. 취약 계층에게 늘봄 교실은 너무나 반가운 정책인데, 왜 그것을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늘봄 교실 시행후 지금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매우높다. 학부모의 85%가 찬성하고 있다. 아이들을 공교육에서 더 오래 맡아주면,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은 줄어든다. 사교육 부담은 한국에서의 저출생 원인에서 늘 이야기되는 단골메뉴 아닌가? 이렇게, 늘봄 교실, 초등 저학년 영어교육 실시,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은 취약계층을 배려하고, 교육 격차를 줄이면서, 학생들의 역량을 높이는 너무 좋은 정책인데, 왜 반대를 하는가? 반대를 위한 반대 아닌가?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2030년까지 근로자 총임금의 약 13%가 높은 수준의 디지털 기술이 필요한 작업으로 전환돼 임금 상승을 일으키는 반면, 디지털 기술이 낮은 근로자는 임금의 정체 또는 감소를 경험할 우려가 있다고 발표했다. 쉽게 말해서 디지털에 익숙해야 돈을 더 많이 번다는 뜻이다. AI디지털 교과서로 디지털과 AI에 더 익숙하게 하면 아이들의 미래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왜 반대하는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는 '미국에서 떠오르는 AI 격차' 보고서에서,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서부 해안 지역은 챗GPT 월간 평균 사용 비율 높아서 AI 활용이 높은 지역이고, 루이지애나·앨라배마·미시시피주 등은 챗GPT 사용 비율 낮은 곳으로 분류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도시화됐고, 소득이 높으며, 교육 수준이 높고, 아시아인이 많으며, 기술 관련 일자리가 많은 곳일수록 챗 GPT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이로 인한 미국 내 AI 불균형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즉, 잘 살수록 AI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서, 지역간 계층간 불균형이 커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AI를 제공하는 것은 경제 성장 정책이자 복지 정책, 재분배 정책이 되는 것이다.
2025년 올해는 대통령선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말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후보에게 국민적 지지가 모여지길 기대해본다. 국민 각자는 자기의 입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수 있다. 그래서, 개별적 규제와 입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렇게 하면 로비력이 강한 주체나 카르텔이 이기게 되어, 취약 계층이 손해보고, 국민 일반에 가는 혜택이 줄어든다. 그렇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디지털 대전환과 AI 대전환에 대한 전국민적 합의를 모아서 일거에 빅딜할 필요가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 응용학과 교수 klee@khu.ac.kr
〈필자〉KAIST에서 경영과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연구소와 MIT, UC버클리에서 연구했다. 미국인공지능학회(AAAI)가 수여하는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네 차례 수상했고 AI Magazine 등 국제학술지에 4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이며 빅데이터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