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의 구석에서 진행되는 무역전쟁

2025-04-27

요즘 미국 정부의 무책임한 언동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엄청난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선언을 한 후에 미·중 관계는 무역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많은 평론가는 미국이 이렇게 중국을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정권은 국민이 강한 불만을 품어도 그것을 억누르면서 오래 지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긴 안목으로 조심스레 정책을 세우는 중국의 통치자들은 이미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해 왔다는 것이다.

추출하기 힘든 희토류 원소들

여러 첨단 기술에 필수 요소

대부분 중국에서 채굴, 정련

무역전쟁 주요 수단으로 부상

중국의 강점으로 전문가들이 꼽는 내용 중 하나는 중국이 희토류 채굴과 정련 분야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도대체 희토류란 무엇일까? 영어로 ‘rare earth’라 하는 말을 한문으로 번역한 것인데, 지구상의 ‘흙’ 즉 광물질에 포함되어 있는 희귀한 화학 원소들을 가리킨다. 화학을 좀 공부한 사람들에게도 그리 친숙하지 않고 일반인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디스프로슘·가돌리니움 등 17개의 금속성 원소를 이르는 말이다. 대부분의 희토류는 화학 원소 주기율표에서 우리에게 친근한 원소들이 속해 있는 18개의 그룹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어색하게 따로 길쭉하게 나와 있는 그 구석에 들어있다. 밀도가 높고 은빛이 나는 희토류 원소들은 서로 간 성질이 비슷하여 잘 구분하거나 분리하기도 힘들고, 옛날에는 별 쓸모도 없다고 생각했다.

희토류 자석의 90% 중국서 생산

그런데 현재는 이 희토류 원소들이 전기자동차·풍력발전·반도체·항공우주산업 등 여러 가지 첨단기술 분야에서 필수적인 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수요가 늘다 보니 값도 많이 올라가 있다. 얼핏 보기에는 우리에게 더 익숙한 금속들과 별 차이가 없는데,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여 여러 물질의 미묘한 성질들을 알고 응용하는 단계에 오니까 희토류가 아주 쓸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예로 희토류 자석이 있다. 1960년대에 미국 공군 산하의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었던 기술이고, 지금 가장 많이 쓰이는 네오디미움 자석은 1980년대 초에 미국 GM과 일본 스미모토 회사에서 발명하였다. 현재는 세계 희토류 자석의 9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몇몇 희토류 원소가 들어간 합금으로 자석을 만들면 보통 영구자석보다 자력이 아주 강해진다. 그러므로 더 작고 가벼운 자석으로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자석은 발전기와 전동기로부터 시작하여 전기와 관련된 거의 모든 현대적 기술에 필수적이다. 이런 기술들은 물리학의 전자기 이론에 기반한 것이며, ‘전자기’라는 말에 나오는 ‘자’는 자석과 자성을 가리킨다(‘전자’의 ‘자’와 다르다). 희토류 자석은 다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고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무인비행기·로봇·미사일·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브·풍력발전기, 헤드폰과 스피커·MRI 촬영기 등에 다 들어가 있다. 희토류 원소들은 자석뿐 아니라 여러 가지 중요한 화학물질에도 들어가며, 컴퓨터 칩을 만드는데도 필수적 성분이다.

1t 희토류 추출에 공해물질 200t

그런데 중국은 어떻게 해서 이 중요한 희토류 산업을 장악하게 되었을까? 희토류가 단순히 중국에만 많이 파묻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희토류’라는 단어에 좀 어폐가 있는 것은, 그 원소들은 그리 희귀하지 않다. 다만 금이나 석탄처럼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지구상에 상당히 균일하게 퍼져 있다. 꼭 ‘희’자를 쓰겠다면 여러 광물 속에 ‘희석되어’있다고 표현해 볼 수 있겠다. 그래서 희토류 채굴은 보통 광업의 형태가 아니라 막대한 양의 광물질을 부수고 거기서 미량 숨어있는 특정 원소를 침출하는 과정이다. 대규모의 시설과 노동력이 필요하며, 복잡한 다단계의 공정이 필요하다.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희토류 산업을 육성해 왔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희토류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심각한 공해이다. 독성 가스, 산성 폐수, 방사성 폐수까지 나온다. 1t의 희토류 원소를 추출하려면 대략 200t의 공해물질이 부산물로 나온다는 추산이 있다. 중국 정부는 환경 문제에 별로 개의치 않으므로 희토류 산업을 거침없이 키웠다. 반면 미국에서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희토류 가공을 중단하였으며, 자기 나라에서 채굴한 원광도 중국으로 보내 정제와 제련을 거친 후 역수입하고 있다.

중국 희토류 차단시 미국은 속수무책

4월 초에 중국은 중요한 6가지 희토류 원소와 희토류 자석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하였다. 정부의 특별 허가가 있어야 수출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미국으로 나가는 것을 통제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희토류 산업은 하루아침에 건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차단할 경우 미국은 속수무책이다. 중국은 이미 2010년에 일본과 어업권 분쟁을 치르면서 희토류 공급을 끊겠다고 일본을 압박했던 일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 기술을 권장했으며, 어떤 기업들은 1년간 사용할 양의 희토류를 비축해 놓고 있다 한다. 미국은 전혀 그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므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끊을 경우 경제적 타격은 물론 국가 안보가 받는 영향도 클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중요한 산업이 중국 한 나라에 집중되도록 놓아둔 것은 각국의 근시안적인 이해타산이 초래한 큰 착오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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