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창작자 2년새 47배 급증…韓 영화·드라마 경쟁력 위기

2024-10-01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며 적게는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사회적·산업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온라인 콘텐츠 창작자)도 틱톡커와 함께 어엿한 직업으로 대우받는다. 창작자(크리에이터)는 숏폼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 입장에서 ‘귀하신 몸’이다. 크리에이터의 규모와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질이 플랫폼 활성화와 수익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숏폼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보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숏폼 콘텐츠가 각광받으면서 크리에이터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숏폼 영화·드라마를 전문으로 하는 제작사도 느는 추세다.

◇숏폼 플랫폼, 수익 프로그램 강화로 크리에이터 유치 경쟁=숏폼 플랫폼은 크리에이터가 곧 경쟁력이다. 크리에이터가 숏폼 플랫폼으로 유입되는 이유는 단연 돈이다. 틱톡은 자금력을 앞세워 여러 크리에이터 수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틱톡에 따르면 올 8월 국내 기준 크리에이터 수와 이들의 활동을 돕는 에이전시들의 월별 매출은 ‘틱톡 라이브’ 론칭 당시인 2022년 5월에 비해 각각 47배, 13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에이터에이전시(MCN) 기업 중 하나인 윗유 역시 설립 5년 만에 누적 매출 1000억 원(올해 6월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틱톡은 수익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을 틱톡으로 불러 모을 예정이다. 연내 크리에이터 리워즈 프로그램 기준을 팔로어 5만 명에서 1만 명으로 대폭 완화하고 크리에이터와 광고주 연결 프로그램인 ‘틱톡 원’도 선보일 예정이다. 틱톡 원은 광고주인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인 틱톡커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브랜드와의 협업과 스폰서십을 확대해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틱톡에 맞서 경쟁사들도 크리에이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인스타그램이 ‘릴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도입한 가운데 유튜브도 구독자 1000명과 90일간 쇼츠 조회 수 1000만 뷰를 달성할 경우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에 가입해 수익을 분배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네이버가 올 상반기 12억 원을 걸고 숏폼 플랫폼 ‘클립’의 크리에이터 육성에 나선 데 이어 하반기에는 총 25억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해부터 숏폼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중국 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선보이는 영화·드라마 제작사도 생겨나고 있다. JXD엔터테인먼트는 올 1월 중국 숏폼 드라마 플랫폼 ‘릴숏’과 콘텐츠 제작·기획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세로형 숏폼 드라마 콘텐츠 등을 개발한 데 이어 8월에는 문프로덕션이 역시 릴숏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한국식 숏폼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롱폼 강점 있는 韓 기업에는 불리…“경쟁력 강화 나서야”=이처럼 숏폼이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여 영향력을 강화할수록 롱폼에 강점이 있는 K콘텐츠의 입지가 작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롱폼을 찾는 이용자들이 줄어들며 긴 호흡의 영상을 제작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데다 자칫 소비 기피 현상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한 데 이어 숏폼의 유행으로 순간적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K콘텐츠의 주력 상품이었던 영화·드라마 제작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사람들의 인내심도 1~2시간에서 5~15분으로 급감하며 롱폼에 강점이 있는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규모를 갖춘 토종 숏폼 플랫폼이 없어 글로벌 기업들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유튜브와 틱톡이 동영상 스트리밍과 숏폼 콘텐츠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한 데다 숏폼 드라마도 중국 업체들이 선점에 나선 상황이어서 넷플릭스가 장악하다시피한 OTT 시장처럼 숏폼 드라마 역시 외국 플랫폼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유럽의 경우 자국 보유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구글이나 틱톡을 규제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이 있어 해외 플랫폼과 차별적 대우를 하기 힘들다”면서 “결국 토종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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