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제도 활성화 과제
연면적 5000㎡ 이상 건축물
유지보수·관리자 선임 의무화
건물 규모 따라 특례기간 부여
감시카메라·출입통제시스템 등
입주민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
“적용 대상에 아파트 포함해야”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정보통신설비를 올바르게 설치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고품질 정보통신서비스의 필수요소다. 건축물을 구성하는 방송통신설비와 초고속인터넷설비 등 각종 정보통신설비를 관련규정과 기술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설치, 관리해야만 다양한 정보통신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다.
■ 정보통신공사업법·하위법령 개정
정보통신설비의 체계적 운영은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정보통신설비 운영에 차질이 빚어져 통신장애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나아가 통신장애로 국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이 뒤따르고 재산상 손실이 생기는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에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기설비나 소방설비와는 달리 최근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정보통신설비의 유지보수 책임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 이로 인해 정보통신설비가 훼손되거나 고장이 난 상태로 방치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정보통신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보통신설비의 유지보수·관리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23년 7월 정보통신공사업법을 개정해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에 대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법률은 건축물 등에 설치된 정보통신설비의 성능점검 실시·점검기록 작성 등 유지보수에 관한 사항 및 유지보수·관리자 선임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로써 건축물에 설치된 정보통신설비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관리주체)로 하여금 유지보수·관리자(정보통신설비 관리자)를 반드시 선임하도록 의무화했다. 개정법률은 지난해 7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보통신설비 관리자를 두는 건축물의 범위와 설비관리자의 자격은 하위법령인 시행령에 명시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0월 29일 공포한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개정법령은 이에 대한 세부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법령은 유지보수·관리 대상 건축물을 연면적 5000㎡ 이상의 건축물과 학교시설 등 과기정통부 장관이 고시하는 건축물 등으로 규정했다. 건축법에 따른 공동주택의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살필 필요가 있어 시행령 개정 법령에 포함하지 않았다.
개정 법령에 따라 유지보수·관리대상 건축물에 설치되는 비상방송설비, 출입통제설비, CCTV설비 등 정보통신설비의 소유자 또는 관리주체는 유지보수·관리자를 선임하거나 전문업체에 유지보수를 위탁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설비의 성능점검 및 점검기록의 작성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자를 정보통신공사업자 및 엔지니어링사업자·ᆞ기술사사무소개설자 등 용역업자로 정했다.

■ 유지보수·관리자 자격기준 명시
과기정통부는 시행령 개정법령에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자의 자격기준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자는 정보통신기술자 자격을 갖추고 20시간 이상의 인정교육을 이수한 사람이어야 한다. 세부 교육내용은 과기정통부 장관이 고시하게 된다.
아울러 건축물 관리주체가 안정적으로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건축물 규모에 따라 시행 특례기간을 부여했다. 특례기간까지는 유지보수·관리기준을 준수하고 유지보수·관리자를 선임한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연면적 3만㎡ 이상 건축물의 경우 2025년 7월 18일까지, 1만㎡ 이상 3만㎡ 미만 건축물은 2026년 7월 18일까지 유지보수·관리제도 시행을 유예하도록 했다. 또한 5000㎡ 이상 1만㎡ 미만 건축물은 2027년 7월 18일까지 제도시행이 유예된다.
해당 규정을 쉽게 풀어보자면 금년 7월 19일부터 연면적 3만㎡ 이상 건축물은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기준의 적용을 받게 된다. 약 석 달 후부터는 해당 건축물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유지보수·관리자를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률에서 위임한 과태료 부과기준을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에 명시한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유지보수·관리기준을 준수하지 않거나 점검기록을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는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한 점검기록을 보존하지 않았을 때는 150만원, 점검기록을 제출하지 않았을 때는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와 함께 유지보수·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은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이처럼 정보통신공사업법 및 하위법령 개정으로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유지보수·관리와 성능점검이 가능해졌다. 이에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업계는 정보통신설비의 고장이나 훼손을 그대로 방치해 생길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정보통신설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적용 대상 건축물 범위 설정 ‘숙제’
그러나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제도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무엇보다 공동주택(아파트) 등 유지보수·관리 대상 건축물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일이 큰 숙제다. 정보통신설비의 특성과 체계적 운영의 필요성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비용부담 증가 등의 이유를 들어 유지보수·관리제도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설비의 관리주체가 유지보수·관리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대상을 건축법에 따른 용도별 건축물 중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과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5월 3일 입법예고 한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령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아파트 공용시설물의 유지보수와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주택관리사를 회원으로 둔 법정단체다. 이 단체는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제도를 공동주택에 적용할 경우 관리비 상승 등의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이 같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0월 공포한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개정법령에서 공동주택을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동주택을 반드시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다수 ICT전문가의 견해다.
특히 아파트에 설치되는 구내통신선로·이동통신구내선로·방송공동수신설비 등 핵심설비가 입주민의 안전 및 편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방송설비나 비상벨, 감시카메라, 출입통제시스템 등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입주민 안전관리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아파트 정보통신설비의 유지보수·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굳이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경비로 보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통신공사업체에서 현장 책임자로 일하는 K씨는 “과기정통부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기 위해 유지보수·관리대상에서 공동주택을 제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되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제도의 기본 취지를 잘 살리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다른 정보통신업체 대표자 L씨는 “건축물 규모에 따라 유지보수·관리자 선임에 대한 유예기간을 부여한 것은 정보통신설비 관리주체들을 정부가 배려한 것”이라며 “유예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제도가 일선 현장에 건실한 뿌리를 내리려면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규칙 및 고시의 합리적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관련업계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