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단은 다자녀 감면 혜택이 있지만, 날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민간에 가면 당일 처리는 되지만 30% 감면을 못 받아 검사비를 고스란히 다 내야 합니다.”
서울에서 20년째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임 모(64) 씨는 매년 자동차 정기검사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공공 검사소를 예약하기 위해 ‘클릭 전쟁’을 벌인다. 민간 검사소는 비교적 예약이 쉽지만 다자녀 할인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탓이다. 네 자녀의 아버지인 임 씨는 “자동차 검사는 모든 국민에게 부과된 ‘의무’인 만큼 민간과 공공을 불문하고 공인된 혜택은 똑같이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17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자동차 정기검사와 관련해 장애인·국가유공자·한부모·기초생활수급자·다자녀 가정 등은 검사 수수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중증장애인은 50%, 경증장애인은 30%, 국가유공자와 한부모 가정은 각각 80%, 기초생활수급자는 전액 면제된다. 만 18세 이하 자녀 3명 이상이 속한 다자녀 가정은 30% 할인을 받는다.
문제는 이 혜택이 공단 직영 검사소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체 검사소의 97%를 차지하는 민간 지정정비사업자는 법적 강제 대상이 아니어서 자율적으로만 감면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참여율은 극히 낮아 사실상 혜택은 공단에 한정돼 있다. 자동차 검사는 국민 모두에게 부과된 의무로 승용차는 보통 2년마다, 택시와 같은 사업용 차량은 매년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공공과 민간 검사소 간 혜택 적용 범위가 갈리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단 검사소의 절대적인 수도 부족하다. 이달 기준 전국 자동차검사소 1913곳 중 공단 직영은 전체의 3%가량인 59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민간 지정정비사업자는 1900곳에 달한다. 검사 물량도 격차가 크다. 공단 검사소는 한 곳당 연평균 5만 2542대를 처리하지만 민간은 한 곳당 5750대 수준이다. 사실상 공단 한 곳이 민간 아홉 곳 몫을 소화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단 검사소는 항상 포화 상태다. 이달 초 서울 성동구 공단 자동차검사소를 찾은 박규현(53) 씨는 “민간보다 꼼꼼히 봐주고 감면 혜택도 있어 공단을 찾는다”고 말했다. 화물차 두 대를 보유하고 있는 한 시민도 “차량이 두 대인 만큼 공단의 감면 혜택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몇 년 전 민간을 찾았을 당시 당일 검사와 수리까지 가능하다는 점은 편리했지만 검사 비용도 두 배로 들어 결국 공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검사는 모든 국민에게 의무화된 제도인데도, 공공과 민간에 따라 혜택이 갈리는 것은 제도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공단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정책적 지원을 통해 민간 검사소에도 다자녀·취약계층 수수료 감면을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