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 중앙대 총장 “예술과 AI 접목시켜 ‘컬쳐 테크놀로지’ 선도할 것"

2025-03-23

“기술은 홀로 빛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창의성과 문화적 감각이 더해질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완성됩니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중앙대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중앙대는 퓰리처상 수상자를 두 명 배출할 만큼 예술·콘텐츠 분야에 강점이 있다”며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문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총장은 2009년 중앙대 입학처장을 지낸 뒤 기획처장, 행정부총장을 거쳐 2020년부터 6년째 총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고등 교육 경쟁력 확보 방안 등 대학 교육 현안을 두루 살펴보고 해법 찾기에 몰두해왔다. 그런 그가 제시한 중앙대의 차별화된 미래 전략은 ‘컬처 테크놀로지(CT)’다. 그는 “AI, 메타버스,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은 인간의 창의성과 문화적 감각이 결합될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며 “중앙대는 예술과 기술, 인문학과 공학을 융합한 CT 분야를 대학 경쟁력의 중심축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CT 분야에서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첨단영상대학원은 영화·컴퓨터 그래픽(CG) 산업을 선도해왔으며 현재 국내 CGI(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기술의 상당수가 중앙대 출신 인재들에 의해 구현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연어처리(NLP), 디지털 인문학 등 기술과 인문학이 결합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AI 기반의 고문서 분석, 문화유산 복원 프로젝트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AI 융합 교육과 연구에서도 중앙대는 입지를 넓히고 있다. 정부 AI 대학원 지원사업을 통해 약 200억 원, 국방부 협력 사업으로 약 50억 원의 연구비를 확보했으며, 의료·바이오 분야에서는 약 300명의 의대 교수진이 질병 예측과 맞춤형 치료 등 AI 기반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AI·SW 기초 교육과 계열별 맞춤형 커리큘럼도 지속 확대 중이다.

박 총장은 중앙대의 연구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올해 가을부터 1만 8000평 규모의 첨단공학관 신축에 착수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2000억 원이 투입되며, AI·반도체·로봇·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핵심 연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독립 학과로 개편된 지능형 반도체학과의 운영을 위해 국제 공인 반도체 팹(Fab)을 구축하고, 국내 대기업과 협력해 글로벌 수준의 연구 인프라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 총장은 “지난 5년간 450명의 교수를 새로 채용하면서 대학이 한층 젊어졌고, 연구 성과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첨단공학관이 완공되면 중앙대의 연구 역량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그리는 미래 대학은 단순한 기술 교육기관이 아니다. 박 총장은 “AI 시대라고 해서 대학이 기술 습득에만 몰두해선 안 된다”며 “여전히 인간다움을 중심에 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AI의 아버지’ 제프리 힌턴 교수가 “AI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을 후회한다”고 언급한 사례를 들며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지만 그에 따른 윤리적 성찰은 더디다. 대학은 이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의성과 윤리적 판단력, 감성적 이해, 비판적 사고력 등 인간 고유의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전략적 교류 확대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단순히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닌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제 협력 기반 구축이 목표다. 박 총장은 올해 다수의 해외 출장을 예정하고 있. 그는 “해외 대학과 실질적인 교류를 확대하려면 등록금 격차, 교환학생 비율 조정, 전공 간 협력 수요 차이 등 현실적인 장벽이 많다”며 “특히 공학이나 AI 분야까지 협력을 넓히기 위해선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대해서도 박 총장은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중앙대에는 약 4000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며, 학교의 경쟁력과 수용 여건을 감안할 때 최대 8000명까지 확대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중동과 동남아 등에서 학업 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선발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 총장은 끝으로 대학이 단순한 숫자 경쟁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대학을 ‘글로벌 대학평가(QS) 몇 위’, 취업률 몇 퍼센트 같은 수치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교육은 훨씬 더 깊고 복합적인 과정”이라며 “중앙대는 외형적 지표보다 교육의 본질과 방향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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