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동맹'에 '트럼프 2기 아웃리치'까지…이재용‧최태원 '하드캐리'

2025-02-05

탄핵정국 혼란 속 기업인들 적극적 대외활동 중요 역할

이재용, 무죄 판결 다음날 손정의‧올트먼과 'AI 회동'

최태원, 대한상의 주도 대미 아웃리치 사절단 꾸려

탄핵정국으로 온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에서 기업인들의 적극적 대외활동이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은 다음날 세계 AI(인공지능) 거물들을 본사로 불러들여 AI 동맹을 논의했고,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미 경제사절단을 꾸리며 정부가 하지 못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아웃리치에 나섰다.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다섯 번째 탄핵심판 변론이 열리던 지난 4일, 삼성 서초사옥에는 글로벌 AI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두 인물이 등장했다. 글로벌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주도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회장을 방문한 것이다.

3자 회동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삼성의 합류 여부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긍정적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을 마치고 나온 손정의 회장은 “오늘 3자 회동의 핵심 어젠다는 스타게이트의 업데이트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우리는 매우 좋은 논의를 했고, 앞으로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스타게이트는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오라클이 함께 AI 합작사를 만들고 향후 4년간 5000억달러(약 729조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소프트뱅크는 스타게이트에 150억달러(약 21조9000억) 이상을 투자하고, 오픈AI에 직접 150억~250억달러(약 21조9000억~36조5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는 등 총 400억달러(약 58조3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된 글로벌 AI 동맹을 상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그동안 한국은 소외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회동으로 삼성전자가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3일 2심 재판에서 (이재용 회장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왔기에 망정이지, 이 회장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면 AI 동맹 합류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차세대 D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막대한 연산력이 필요한 AI 모델 개발에서 반도체 기술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다.

삼성전자로서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합류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뒤쳐졌던 HBM과 파운드리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90%의 지분을 보유한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 Arm과의 협업은 삼성전자에게 큰 기회 요인이다. 이날 회동에는 르네 하스 Arm CEO도 함께했다.

TV·스마트폰·생활가전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큰 삼성전자의 위상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큰 시너지를 발휘할 여지가 높다. 이들 제품은 모두 AI의 소비자용 디바이스로 AI 시장 저변을 넓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거느린 SK그룹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올트먼 CEO는 3자 회동에 앞서 오픈AI 개발자 행사 ‘빌더 랩’이 열린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최태원 SK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 SK 경영진들과 만나 AI 협력을 논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을 이끄는 것 외에도 국가 경제 전반에 관련된 사안들까지 챙기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내 최대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또한 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날 대한상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응해 ‘대미(對美)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구성해 오는 19~20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을 비롯한 대한상의 측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 20대 그룹 CEO들로 사절단을 구성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에 대한 관세조치를 공언하며 국내 산업계도 우려가 크지만, 우리 정부는 탄핵정국으로 사실상 외교통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상의 주도로 기업인들이 직접 대미 아웃리치(대외접촉)에 나선 것이다.

대미 경제사절단은 방미 첫 날인 19일 미국 의회도서관 ‘토마스 제퍼슨 빌딩’ 그레이트 홀에서 ‘Korea-US 비즈니스 나이트(Business Night)’ 갈라디너 행사를 열고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와 미국 상‧하원 인사들을 대상으로 양국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20일에는 미국 정부 주요 인사와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백악관, 의회 인준을 마친 장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 인사와 면담 추진을 통해 양국의 소통채널을 확대하고 정부간 경제협력 논의의 발판을 마련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상외교에 경제사절단이 따라붙는 게 정상인데, 우리는 ‘대행의 대행’ 체제로 사실상의 정상외교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은 결국 정부가 못하는 일을 기업인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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