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난청 환자 급증… “노이즈 캔슬링 기능 활용을”

2025-03-09

길병원 이비인후과 선우웅상 교수

이어폰 등 영향 4년 새 46% 이상 증가

소음 장시간 반복 노출 청력 영구 손실

완전 치료 어렵고 초기 증상 거의 없어

악화 땐 이명·잡음… 노년기 치매 위험도

노이즈 캔슬링 쓰면 볼륨 덜 높이게 돼

스마트폰 음량 10단계 아래로 설정해야

이어폰과 헤드폰 사용은 현대인에게 일상이 됐다. 유튜브, 동영상 미디어서비스(OTT)가 다양하게 발달해 볼 것도 많아졌고, 무선이어폰의 발달은 다양한 활동과 음악 청취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편의성은 젊은 층의 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3년 난청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80만368명. 2019년 65만646명보다 23%가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10대다. 2019년 2만4539명이던 난청 환자 수가 2023년 3만5999명으로 46.7% 증가했다. 다음으로 많이 증가한 것이 20대로 46.3%가 증가해 2023년 4만4932명의 환자 수를 기록했다.

지난 5일 만난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선우웅상(사진)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폰, 소형 음향기기 등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소음성 난청이 늘고 있다”며 “소음성 난청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경각심이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기간 반복되는 소음 노출… 청력 손실 위험

우리 귀는 큰 소음에 노출되면 내이(달팽이관)의 청각 세포(유모세포)가 영향을 받는다. 일시적 소음은 달팽이관 바깥쪽에 위치한 외유모세포의 섬모 기능을 과도하게 움직이도록 해 손상되게 한다. 다만 이 정도 손상은 섬모 기능이 회복하면서 청력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장기간 반복적인 소음 노출이다. 이 경우 달팽이관 안쪽의 내유모세포는 물론 이와 연결된 청신경과의 접합부에도 손상이 생긴다. 더욱이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아 영구적인 청력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선우 교수는 “청력 손실 시 보청기를 사용하거나 인공와우 이식 등 청력 재활 도구를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다”며 “하지만 소음성 난청을 완전히 치료할 방법이 없어서 소음성 난청은 예방이 가장 중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소음성 난청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초기에는 고음을 잘 듣지 못하지만 일상에 특별한 불편함은 거의 없다. 볼륨을 크게 듣는 사람이 난청 진행을 인지하지 못하고 나쁜 습관을 지속해 증상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후 소음성 난청 난청이 진행하면 중저음도 잘 들리지 않아 시끄러운 곳에서 상대 목소리를 못 듣고 ‘응?’이나 ‘뭐라고?’ 하며 되묻게 된다. 이때부터는 이명이 나타나거나 외부 소음이 없는데도 잡음이 들려 수면이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중장년층부터 난청이 생기면 일상 속 의사소통 장애가 발생해 노년기 치매 위험도 커진다.

선우 교수는 “청각 세포 손상은 통상 90㏈(데시벨) 이상 큰 소음에 노출되면 발생하기 시작하지만, 적당히 높은 소음에 장기간 노출될 때도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대화 소리는 통상 50∼60㏈로, 90㏈은 오토바이 소리, 지하철 소음, 시끄러운 공장 기계 소리 등이 해당한다. 파티나 공연장의 큰 소음은 110㏈이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 써야

선우 교수는 이어폰과 헤드폰이 바깥 소음 소리를 차단해주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 기능을 가급적 활용하길 권한다. 외부 소음이 줄어들면 사용자들이 볼륨을 높일 필요가 없어져 청력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우 교수는 “일반적으로 60㏈ 크기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지만, 버스, 소음이 많은 카페에서는 77㏈ 정도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듣는다”며 “17㏈ 차이는 약 50배의 소리 강도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소음 차단 기능을 활성화하면 조용한 도서관 정도의 환경에서 필요한 수준의 볼륨으로 청취를 가능하게 해 30㏈의 소음 감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신에서 20대 여성이 청각정보처리장애(APD)로 진단받은 사연을 전하며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사용을 원인으로 지목한 사례가 있었다. 선우 교수는 “이는 일부 사례로, 그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청력 손실을 예방하려면 음향기기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설정하고, 하루 사용 시간을 60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선우 교수는 “국내에 유통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15단계 정도로 볼륨 조절이 가능한데, 이 중 10단계가 85㏈에 해당해 이보다 낮은 크기로 들어야 한다“며 “영화, 강의 등 오랫동안 음향기기를 사용해야 할 땐 1시간 사용 후 10분 정도 쉬어줘야 한다. 75㏈ 정도 소음이라도 하루 6시간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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